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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간 송영감의 해풍 회춘기 『추재기이』

조선남녀 2026. 7. 1. 20:14

유배간 송영감의 해풍 회춘기 『추재기이』

흑산도 유배 십 년째 예순의 송 선비, 풍토병으로 다 죽어가니 한양 본가 자식들은 이미 유산 분쟁 중.
빨래해 주던 서른 세살 섬 과부 분녀가 매일 새벽 갯바위 미역·전복·해삼을 달여 백일을 봉양하니 선비 눈이 밝아지고 다리에 힘이 붙어…
마침 해배(解配) 명이 내려 한양 돌아가니 자식들 깜짝.
선비 분녀를 정식 부인으로 호적에 올리고 재산을 공평히 나누어 자식들 잠재운다.
합궁은 의원이 "해풍에 단련된 몸이니 천천히" 일러주어 절제 있게 이루어지고, 송영감 분녀의 거친 손 어루만지며 "유배지가 내 천당이었네" 하더라.
늦둥이까지 보게되니 경사났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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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내 죽을 날만 기다리며 유산 다툼에 혈안이 된 자식놈들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섬 과부의 투박한 손길이 날 살려낼 줄 어찌 알았겠는가." 흑산도의 모진 바닷바람 속에서 다 죽어가던 예순의 늙은 선비. 그를 살려낸 것은 서른세 살 여인이 매일 새벽 갯바위에서 캐어 달인 백일의 정성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피어난 기적 같은 회춘, 그리고 진짜 사랑 이야기.

※ 1: 흑산도의 병든 늙은이, 그리고 한양의 까마귀들

검푸른 파도가 쉴 새 없이 날카로운 갯바위를 때리고, 짐승의 울음 같은 해풍이 문풍지를 사납게 흔들어대는 밤. 흑산도의 어둠은 언제나 그 거칠고 스산한 파도 소리와 함께 뼛속까지 시리게 깊어만 간다. 흙바람이 들이치는 낡은 초가집의 비좁은 방 안, 금방이라도 심지가 다해 꺼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는 호롱불 아래서 나는 식은땀에 흠뻑 젖은 이불 자락을 움켜쥔 채 또다시 모진 기침을 토해냈다.

"콜록, 콜록! 컥… 으윽… 퉤."

가슴 밑바닥부터 긁어내는 듯한 발작적인 기침 끝에 입가를 닦아낸 거친 무명천 위로, 시커멓게 죽은 검붉은 핏덩이가 왈칵 배어 나왔다. 예순. 환갑을 불과 한 해 앞둔 나이였다. 한양 도성에서 당상관의 붉은 관복을 입고 조정의 대소사를 호령하며 꼿꼿하게 궐문을 드나들던 때가 마치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기만 하건만, 억울하고도 비열한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 척박한 절해고도 흑산도로 귀양을 온 지도 어언 십 년이라는 덧없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사방이 바다로 가로막힌 외딴섬의 거친 짠바람과 뼛속까지 스며드는 습한 기운은, 유배 온 늙은 선비의 쇠약해진 육신을 아주 무자비하고도 집요하게 갉아먹었다. 한때 사서삼경을 줄줄 꿰던 두 눈은 침침하게 흐려져 한낮에도 서책의 굵은 글씨조차 분간하기 힘들어졌고, 두 무릎과 허리는 한겨울 얼음물에 담근 듯 시리다 못해 마디마디가 끊어질 듯 아파와 이제는 지팡이 없이는 혼자 뒷간 출입조차 버거운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 섬을 휩쓸고 지나가는 지독한 풍토병이 기어이 내 오장육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내 목숨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결국 이 이름 모를 척박한 섬의 외딴 초가구석에서,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한 채 이리 쓸쓸히 뼈를 묻게 되는 것인가….'

천장을 바라보며 서글픈 탄식이 깊은 한숨과 함께 새어 나왔다. 하지만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자체보다 내 늙은 가슴을 더 시리고 비참하게 파고드는 것은, 저 멀리 한양 땅에 두고 온 내 핏줄들의 비정하고도 짐승만도 못한 민낯이었다. 불과 며칠 전, 뭍에서 들어온 연락선을 타던 뱃사공을 통해 큰아들놈이 보낸 두툼한 서신 한 통을 건네받았다. 겉으로는 유배지에서 병마와 싸우는 늙은 아비의 안위를 끔찍이도 걱정하는 양, 온갖 화려한 수사와 효심 어린 문장들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그 가증스러운 행간에 숨겨진 진짜 뜻은 너무도 명백하고 추악하여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아버님,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식에 병세가 하루가 다르게 위중해지신다 들었사옵니다. 불효자는 밤낮으로 눈물로 지새우고 있사오나, 혹여라도 머지않아 불상사가 생기기 전에 집안의 대소사를 정리하심이 마땅할 줄 아옵니다. 양주 땅에 남겨진 수천 평의 전답과 안국동 본채의 문서들을 어찌 처분하실지, 장남인 제게 명확히 일임한다는 유서를 남겨주심이 집안의 분란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오니, 속히 결단을 내려 필적을 남겨주시옵소서."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내 두 눈에서 핏발이 섰고, 편지를 쥔 손아귀가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내가 아직 이렇게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건만, 자식이라는 짐승들은 이미 아비의 목숨줄이 하루빨리 끊어지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그 알량한 재산 다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큰놈은 적장자요 종손이라는 권리를 내세워 모든 재산을 독식하려 들고, 둘째 놈은 어미가 다르다는 핑계로 제 몫을 내놓으라며 한양의 본가에서 연일 피가 터지는 멱살잡이를 벌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이 먼 흑산도 앞바다까지 파다하게 퍼져 있는 터였다.

'금수만도 못한 쳐죽일 놈들! 내가 평생을 뼈를 깎는 고통으로 바쳐 이룩한 가문과 재산을, 저놈들이 내 숨이 멎기도 전에 갈기갈기 찢어발기려 하는구나. 정작 낳아준 아비가 이 차가운 섬마을 방바닥에서 매일 밤 피를 토하며 처절하게 죽어가는 것에는 털끝만 한 관심도, 약재 한 첩 보내올 생각도 없으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뼈저린 서러움이 목구멍에 뒤엉켜 다시 한번 발작적인 기침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붉고 뜨거운 피가 왈칵 쏟아져 이불깃을 붉게 적셨다. 숨이 넘어가고 눈앞이 아득해지던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낡고 헐거운 사립문이 조심스레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밟는 가벼운 발걸음이 마당을 가로질러 방문 앞까지 다가왔다.

"영감마님, 주무셔유? 저 분녀구먼유. 밀린 빨랫감 챙겨가려고 밤늦게 잠시 들렀어유."

흑산도 섬 특유의 억세고 투박하지만, 그 이면에 묘하게 다정하고 따뜻한 온기가 배어있는 억양. 올해로 서른셋이 된 흑산도의 섬 과부, 분녀였다. 열아홉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바다로 풍랑을 뚫고 고기잡이를 나간 지아비를 허망하게 잃고, 홀로 병든 시어미를 모시며 모진 세파를 억척스럽게 견뎌온 가엾은 여인. 그녀는 지난 몇 년간 내 초가에 들러 삯바느질과 밀린 빨래를 도맡아 하며 근근이 보리쌀을 얻어가 연명하고 있었다.

덜컹거리며 방문이 열리고, 차가운 밤바람과 함께 그녀가 방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희미하게 흔들리는 호롱불 아래 비친 그녀의 얼굴은 사시사철 거친 갯바람과 뜨거운 햇볕에 그을려 가무잡잡했지만, 그 맑고 선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동자만큼은 도성의 그 어느 사대부 여인 못지않게 단아하고 기품이 있었다. 그녀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짙게 밴 피비린내를 맡고는 흠칫 놀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고, 세상에! 또 피를 이리 한 움큼이나 토하신 게유? 얼굴이 어제보다 반쪽이 되셨네유. 어쩌면 좋아… 몸이 불덩이 같잖아유."

분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핏자국 묻은 무명천과 이불깃을 보더니, 커다란 두 눈에 숨길 수 없는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가득 담으며 내 머리맡으로 주저앉았다. 바닷물에 부르트고 굳은살이 배인 그녀의 거칠고 투박한 손이 조심스레 내 뜨거운 이마에 닿았다. 서늘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 사람의 온기가, 마치 화덕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내 이마의 열기를 가만히 식혀주었다.

"분녀야… 내버려 두거라. 켁… 묻은 피가 흉측하니 빨래도 이제 그만 가져가. 어차피 며칠 넘기지도 못할 질긴 목숨이다. 더 이상 네게 챙겨줄 보리쌀도, 삯도 넉넉지 않으니… 이 죽어가는 늙은이 곁에 오지 말거라."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힘겹게 쥐어짜 내어 그녀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평생을 대쪽 같은 사대부 선비의 자존심으로 꼿꼿하게 살아온 내가, 죽어가는 추하고 냄새나는 늙은이의 꼴을 이 젊고 선한 여인에게 끝까지 보이고 싶지 않은 알량한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녀는 내 연약한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피 묻은 이불을 내 목 밑까지 단정히 덮어주며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그리 섭섭하고 모진 소리를 하신대유. 제가 영감마님 삯이나 바라고 여태껏 빨래해 드리고 시중든 줄 아셔유? 한양에서 호의호식하는 높으신 자제분들은 아비가 죽어가도 코빼기 하나 안 비치는데, 이 험하고 외로운 섬구석에서 영감마님 곁에 남은 사람은 이제 저 하나뿐이잖아유. 제가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감마님 기운 차리게 해드릴 테니, 제발 그런 약하고 끔찍한 소리일랑 거두셔유. 살아야지유, 어찌 그리 쉽게 숨을 놓으려 하셔유."

분녀의 목소리 끝에는 깊은 연민과 묘한 물기가 짙게 서려 있었다. 평생 피를 나눈 자식들조차 철저히 외면하고 버려둔 늙고 병든 육신. 하지만 이 이름 없는 섬마을의 가난하고 천한 과부는, 나를 그저 돈줄이나 양반 나부랭이가 아닌, 한 명의 가엾은 인간이자 사내로서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품어주고 있었다. 그녀가 정성스레 내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피 묻은 옷가지들을 대야에 챙겨 밤의 어둠 속으로 총총히 사라진 후에도, 내 이마와 뺨에 닿았던 그녀의 거친 손길이 남긴 그 짙은 온기는 아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십 년의 차갑고 고독했던 유배 생활 중, 처음으로 내 가슴 깊은 곳을 울린 사람의 따스한 정이자, 살고 싶다는 기이한 희망의 불씨였다.

※ 2: 백일의 정성, 갯바위가 내어준 생명수

피를 토하며 죽음을 예감했던 그 처절한 밤 이후, 늙은 선비를 대하는 분녀의 행동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달라졌다. 일주일에 한두 번 그저 밀린 빨랫감이나 거두어 가고 방 청소나 돕던 여인이, 이제는 아예 작은 보따리를 싸 들고 와 내 초가 부엌 한편에 기거하다시피 하며 밤낮으로 나를 병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양의 권세가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나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섬 과부가 제 부모 모시듯 품어버린 기막힌 동거의 시작이었다.

어스름한 흑산도의 새벽, 섬의 닭들이 첫울음을 울기도 한참 전인 살을 에이는 축시(丑時) 무렵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결에 뒤척이다 힘겹게 눈을 떠보면, 언제나 바깥 부엌 쪽에서 붉고 희미한 아궁이 불빛이 새어 나오고 달그락거리는 무쇠솥 뚜껑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문틈을 타고 방 안으로 짙게 새어 들어오는 냄새는, 단순한 약재의 냄새가 아니라 씁쓸하면서도 아주 깊고 묵직한 바다 밑바닥의 내음이었다.

"분녀야… 이 찬 바람 부는 캄캄한 새벽에 잠도 자지 않고 대체 무얼 그리 끓이는 게냐…."

목이 타올라 기력을 쥐어짜 내어 지팡이에 의지한 채 부엌으로 향하는 문을 비틀거리며 열었을 때,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서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살을 도려내는 듯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의 흑산도 앞바다. 장정들도 미끄러져 목숨을 잃기 십상이라는 그 험하고 가파른 새벽 갯바위에 나가, 분녀가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직접 채취해 온 것들이 좁은 부엌 바닥에 가득 널려 있었다. 일반 백성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는, 흑산도 깊은 물살을 견뎌내어 살이 어른 팔뚝만큼 통통하게 오른 거대한 자연산 흑해삼, 바위틈에서 억척스럽게 떼어낸 주먹만 한 자연산 전복들, 그리고 칠흑 같은 바다 깊은 곳에서 거친 파도를 맞으며 자라난 두꺼운 돌미역까지. 그녀는 꽁꽁 얼어붙어 붉게 부르트고 터진 손을 연신 입김으로 호호 불어가며,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고 펄펄 끓는 무쇠솥 안에 그 귀하고 진귀한 바다의 생명들을 밤새도록 푹 달여내고 있었다.

"아이고, 마님! 찬 바람 쐬시면 기침이 더 심해지실 텐데 어찌 밖으로 나오셨어유. 얼른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셔유, 얼른요!"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 분녀는 허둥지둥 치마폭으로 자신의 붉게 튼 손을 감추며 나를 돌려세우려 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처참하고 시렸다. 갯바위의 차가운 바닷물에 흠뻑 젖은 그녀의 저고리 소매는 고드름이 맺힌 듯 꽁꽁 얼어 있었고, 날카로운 굴껍데기와 갯바위에 수없이 긁히고 찢겼는지 감추려는 손등과 팔목에는 선혈이 맺힌 붉은 생채기가 가득했다.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는 흑해삼과 진기한 전복… 저 귀하고 생명력 넘치는 것들을 캐기 위해, 이 가녀린 여인이 칠흑 같은 새벽마다 목숨을 걸고 미끄러운 갯바위를 탔단 말인가. 다 죽어가는 이 늙은이의 명줄을 이어보겠다고….'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올라 시야가 흐려졌다. 그녀는 서둘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하고 검은 해삼 전복탕을 사기그릇에 정성껏 가득 담아, 내 부축을 하며 방 안으로 가져왔다.

"옛날 섬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길, 차갑고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억세게 기어 다니는 놈들이 강한 음기(陰氣)를 품고 있어, 사람의 말라붙은 진액을 보충하고 죽어가는 양기를 깨워 회춘(回春)하는 데는 이것만 한 영약이 없다고 했어유. 비리고 쓰더라도 제 정성을 봐서 눈 딱 감고 바닥까지 싹 다 비우셔야 해유. 아셨지유?"

그녀는 투박한 숟가락으로 걸쭉한 국물을 떠서 제 입김으로 조심스레 호호 분 뒤, 내 메마른 입가에 다정하게 가져다 대었다. 거부할 수 없는 정성에 이끌려 국물을 한 모금 삼키자, 비릿하지만 혀끝을 감도는 아주 깊고 구수한 바다의 응축된 기운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것이 식도를 타고 뜨겁게 내려가며,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죽어가던 나의 오장육부를 마치 화로처럼 맹렬하게 데우기 시작했다.

"분녀야… 어찌하여 이리까지 한단 말이냐. 나 같은 늙고 병든 버러지에게… 네 고운 손이 다 망가지지 않았느냐."
"영감마님은 제가 이 척박한 섬에서 평생을 살며 본 사내 중에, 가장 점잖고 훌륭하신 어른이에유. 천한 제게 틈틈이 천자문 글도 가르쳐 주시고, 저희 시어머니 몹쓸 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마을 사람들 다 피하는 걸 영감마님이 직접 나무를 베어 관짝까지 짜주셨잖아유. 제가 받은 그 깊은 은혜에 비하면 이깟 새벽 갯바위 타는 건 아무것도 아니구먼유. 그러니 아무 생각 마시고 어서 드시기나 하셔유."

그녀는 환하고 맑게 웃으며 무명천으로 내 입가에 묻은 국물을 다정하게 닦아주었다. 그날 새벽부터 시작된 분녀의 눈물겨운 정성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확히 백 일이라는 시간 동안 지독하게 이어졌다. 비가 쏟아져 온몸이 젖는 날이나 무릎까지 눈이 쌓이는 날, 심지어 풍랑이 거칠게 일어 바다가 요동치는 날에도 그녀는 어김없이 새벽 갯바위로 나갔고, 가장 싱싱하고 기운 찬 바다의 생명들을 거두어 무쇠솥에 끓여 내게 먹였다.

그 지독하고도 숭고한 백 일의 시간 동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내 늙은 육신에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변화가 연이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첫 열흘이 지나자 매일 밤 내 가슴을 찢어놓듯 괴롭히던 지독한 기침과 각혈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멈추었다. 한 달이 지나자 시체처럼 차갑고 뻣뻣했던 손발 끝에 후끈한 열기가 돌기 시작하며 핏색이 붉게 돌아왔고, 침침하여 안개가 낀 듯 흐렸던 두 눈의 시야가 맑게 걷히며 서책의 아주 작은 세필 글씨들조차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 달째가 되자, 지팡이 없이는 마루조차 내려서지 못하던 두 다리의 뼈마디에 통증이 사라지고, 허벅지와 종아리에 단단하고 팽팽한 근육이 새롭게 붙어가는 것이 역력히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치성을 드린 지 꼬박 백 일째 되던 늦봄의 아침. 나는 내 분신처럼 곁에 두었던 낡은 나무 지팡이를 방구석으로 멀리 던져버리고, 오직 내 두 발의 온전한 힘만으로 당당하게 딛고 일어서서 활짝 방문을 열어젖혔다.

'이럴 수가… 세상에… 내 몸이… 내 몸 안에서 뜨거운 불길이 펄펄 끓어오르는구나!'

이것은 결코 죽음을 앞둔 예순의 늙고 병든 몸이 아니었다. 거친 흑산도의 해풍과 갯바위 깊은 바다의 정기가 분녀의 피땀 어린 백일 정성과 완벽하게 맞물려, 내 몸속 깊은 단전에 고갈되어 잠들어 있던 양기(陽氣)를 폭발적으로 깨워낸 것이다. 마치 내 생애 가장 혈기 왕성했던 사십 대 장년 시절의 무관으로 되돌아간 듯, 아랫배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묵직하고 강렬한 사내의 힘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다. 아침 햇살 아래 마당에서 내 빨래를 널고 있던 분녀가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고 있던 빨랫감을 툭 떨어뜨렸다.

"영… 영감마님! 아니, 방금 지팡이도 짚지 않으시고 어찌 그리 호랑이처럼 꼿꼿하게 서 계신 거에유! 걸음걸이가 웬만한 젊은 장정 같아유!"
"분녀야… 네가 나를 살렸다. 아니, 살린 것을 넘어 새로 태어나게 만들었어. 네 그 지극한 백일의 정성이, 다 죽어 썩어가던 늙은이를 끓어오르는 사내로 다시 빚어냈단 말이다."

나는 터질 듯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마당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리고 젖은 빨래를 쥐고 있느라 붉게 물든 분녀의 두 손을 덥석 맞잡았다. 거칠고 투박하며 곳곳에 상처가 패인 손. 하지만 내게는 세상 그 어떤 귀족 부인의 부드러운 비단결보다 백배 천배는 더 귀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손이었다.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맥박과 기운이 고스란히 그녀의 손을 통해 전해지는 순간, 놀란 그녀의 가무잡잡한 두 뺨이 순식간에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단순히 다 죽어가던 병자와 그를 살린 은인의 관계를 완전히 뛰어넘어, 피가 끓는 사내와 성숙한 여인으로서의 강렬하고 묘한 떨림이, 흑산도의 짠 내 나는 훈풍 속을 뜨겁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3: 회춘(回春)과 해배(解配)의 교차점

기적 같은 백 일의 치성이 끝난 이후, 나는 겉모습만 늙었을 뿐 속은 완전히 다른 사내가 되어 있었다. 흑산도의 맑은 아침이면 뒷산의 가파른 자락을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단숨에 뛰어오를 만큼 강인한 체력이 넘쳐흘렀고, 마당에서 장작을 패는 내 도끼질 소리는 섬마을 전체를 쩌렁쩌렁 울릴 만큼 묵직하고 힘찼다. 한여름의 열기에 웃통을 훌렁 벗어던지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구릿빛 근육을 드러낸 채 장작을 패고 있을 때면, 물동이를 이고 우물가로 지나가던 섬 아낙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힐끔거리며 얼굴을 붉힌 채 수군댈 정도였다.

"아이고, 매일 밤 피 토하며 다 죽어간다던 저 양반이 참말로 한양서 귀양 온 그 송영감 맞대유? 얼굴에 반질반질 윤기가 좔좔 흐르고 저 태산같이 벌어진 어깨 좀 보소. 환갑 진재를 치를 노인이 아니라, 오늘내일 장가 막 가는 이십 대 새신랑이라 해도 믿겠구먼! 저 과부 분녀가 밤마다 대체 무슨 조화를 부렸길래 사내를 저리 장사로 만들어 놨대유?"

아낙들의 호들갑스러운 농담과 수군거림이 담장을 넘어올 때마다, 마당 한구석 평상에 앉아 도라지나 쑥을 다듬던 분녀는 못 들은 척 남몰래 입가를 가리며 환하고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나 역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내며 그녀와 시선이 마주칠 때면, 메말랐던 가슴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뜨겁고도 애틋한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을 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다. 그녀가 갯바위에서 캐온 찬거리로 차려주는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밥상을 마주하고 앉을 때, 그리고 밤이 깊어 호롱불 아래서 상처 난 그녀의 거친 손등에 귀한 약조를 조심스레 발라줄 때, 나는 십 년의 끔찍했던 유배 생활 중, 아니 내 육십 평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가장 완벽한 평안과 사내로서의 벅찬 행복을 느꼈다.

'내 비록 한양의 모든 권세와 부귀영화를 잃고 이 먼 타향으로 쫓겨났으나, 이 맑고 헌신적인 여인과 남은 평생을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할 수만 있다면… 이 척박한 섬에서 뼈를 묻고 한 줌의 흙이 된다 한들 내 인생에 아무런 여한이나 후회가 없으리라.'

명문거족의 핏줄과 사대부의 체면이라는 굳게 닫혀있던 내 마음의 빗장은, 이미 생명의 은인이자 내 마음을 훔친 여인, 분녀를 향해 온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정실부인을 몹쓸 병으로 일찍 여의고, 평생을 피도 눈물도 없는 조정의 권력 암투와 탐욕스러운 자식놈들 사이에서 메마르고 삭막하게 살아온 내게, 분녀는 거친 인생의 황혼녘에 기적처럼 뒤늦게 찾아온 진짜 봄비이자 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늦여름의 눈부신 아침이었다. 바다 쪽 포구에서 평화로운 섬의 고요를 깨는 요란하고 날카로운 징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거대한 돛을 단 화려한 관선(官船) 한 척이 미끄러지듯 포구로 들어왔다. 마당에서 짚신을 삼던 내가 고개를 들어 배에 꽂힌 깃발을 본 순간, 펄펄 끓던 내 심장은 덜컥 얼음장처럼 내려앉고 말았다. 그것은 단순한 조운선이 아니라, 한양 의금부에서 직접 띄운 죄인을 압송하거나 사약을 내릴 때 타는 관선이었기 때문이다.

이내 붉은 관복을 위압적으로 차려입은 관상(官相) 하나가 험악한 표정의 포졸 무리를 이끌고 내 초가 앞마당으로 거침없이 들어섰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지난 십 년간 나를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던 정적들이 마침내 나를 사사(賜死)하라는 어명을 받아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전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굳은 표정으로 마루에 우뚝 섰다. 내 곁에서 나물을 널던 분녀 역시 단숨에 사색이 되어 벌벌 떨며 내 뒤로 숨어 옷자락을 생명줄처럼 꽉 쥐었다.

"이리 오너라! 죄인 송대감 계시옵니까! 지엄하신 어명(御命)을 받으시오!"

마당 한가운데 선 관상이 두루마리로 된 교지를 높이 치켜들며 호통을 쳤다. 나는 황급히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려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살아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이리 허망하게 사약을 받고 죽는 것인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관상의 낭독이 시작되었다.

"과인은 지난 십 년 전의 옥사가 짐의 눈과 귀를 가린 간신배들의 극악무도한 모함이었음을 만천하에 명백히 밝혀내었노라. 이에 송대감이 짊어졌던 억울한 누명을 모두 벗기고 박탈당했던 당상관의 직첩을 온전히 돌려주니, 흑산도의 유배를 즉시 해배(解配)하고 지체 없이 한양으로 상경하여 위태로운 과인의 곁을 다시금 굳건히 보필하라!"

"전…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해배(解配). 귀양살이에서 완전히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나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정적들이 최근의 사화로 모두 숙청되어 목이 달아났다는 관상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한순간에 잃어버렸던 당상관의 지위와 명예, 그리고 자식놈들이 노리던 빼앗겼던 모든 한양의 재산이 다시 온전히 내 손아귀로 돌아온 것이다. 십 년간 가슴속에 시퍼렇게 맺혀있던 억울한 한이 눈 녹듯 풀리는 순간, 내 두 눈에서는 굵고 뜨거운 사내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기쁨과 환희도 잠시, 벅찬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곁에 선 분녀를 바라본 순간 불덩이 같던 내 가슴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그녀는 마루 기둥 뒤에 숨어, 환희에 차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을 보며 입을 틀어막은 채 소리 없이 서글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글 한 줄 겨우 읽는 천민이나 다름없는 흑산도의 가난한 섬 과부와, 다시 조선 최고 권력의 중심부로 화려하게 돌아갈 사대부 고위 양반. 그 아득하고도 폭력적인 신분의 격차가 다시금 현실의 거대한 장벽이 되어 그녀와 나 사이를 잔인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관상들이 상경할 채비를 돕겠다며 잠시 포구로 물러난 사이, 분녀가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조심스레 다가와 방구석에 있던 내 낡은 짐들을 꾸리기 시작했다.

"축하드려유, 대감마님. 정말이지 하늘이 도우셨어유. 이제 그 지긋지긋하고 비린내 나는 섬구석을 훌훌 벗어나, 한양 도성에서 예전처럼 떵떵거리며 호강하실 일만 남았네유. 가시는 길 불편치 않게 짐은 제가 다 반듯하게 꾸려드릴 테니, 어서 귀한 관복으로 갈아입으시고 떠나실 채비를…."

"분녀야. 그 손 놓거라."

나는 무명옷을 개키고 있던 그녀의 손을 단단하고 강하게 움켜쥐었다.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손끝이 가을 낙엽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너를 이 외로운 섬에 홀로 두고, 나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한양으로 가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대감마님… 무슨 당치도 않은 말씀을 그리 무섭게 하셔유. 저는 그저 하루하루 갯바위에서 해초나 캐어 먹고사는 천한 섬것이에유. 대감마님처럼 하늘같이 높으신 분 곁에 제가 감히 따라가면, 반가의 법도를 어지럽히고 대감마님 앞길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오점만 남길 텐데유. 저는 영감마님 옥체가 이리 건강해지신 걸 본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어유."
"무슨 헛소리냐! 네가 아니었다면, 네 그 피투성이가 된 손이 아니었다면 나는 진작에 이 섬의 원통한 귀신이 되어 흙으로 돌아갔을 목숨이다. 내 진짜 두 번째 삶은 네가 백일 간 밤을 새워 달여준 그 진한 탕약에서부터 온전히 다시 시작된 것이야. 자식도, 가문도 나를 버렸을 때 나를 살린 건 오직 너뿐이었다. 나와 함께 한양으로 가자꾸나. 뒷방에 숨겨두는 종년이나 첩실 따위가 결코 아니다. 내 정식 부인이자 안방마님으로 당당히 호적에 올릴 것이야."

"영… 영감마님…! 어찌 제게 이리 과분한 은혜를…!"

분녀의 커다란 두 눈에서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이 둑이 터지듯 왈칵 쏟아져 내렸다. 나는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끼는 그녀의 허리를 당겨 내 단단한 가슴으로 아주 깊고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십 년의 유배 생활이 남긴 처절한 상처와 뼈저린 고독이, 나를 살려낸 그녀의 따뜻한 품 안에서 한여름 밤의 꿈처럼 완벽하게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은혜로운 여인을 위해, 그리고 다시 태어난 내 진짜 삶을 위해, 한양 본가에 도사리고 앉아 내 죽음만을 기다리는 그 탐욕스러운 까마귀 떼 같은 자식놈들을 내 방식대로 아주 철저히 박살 내고 잠재워주리라 굳게 다짐하며. 나는 분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흑산도의 마지막 거친 바닷바람을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 4: 한양 귀환, 불효자들의 경악

흑산도를 떠난 관선이 나루터에 닿고, 마차로 며칠을 달려 마침내 한양 도성에 입성했다. 십 년 만에 밟아보는 한양의 흙먼지. 내 옆자리에는 고운 명주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단정히 차려입은 분녀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섬의 거친 바닷바람에 그을렸던 얼굴은 며칠 새 몰라보게 뽀얘졌고, 본디 빼어났던 이목구비가 사대부 여인의 옷차림과 어우러져 제법 기품이 흘렀다. 나는 가볍게 떠는 그녀의 손을 굳게 맞잡아주었다.

안국동 본채 대문 앞에 마차가 멈춰 섰다. 대문 안쪽에서는 왁자지껄한 고성이 담장을 넘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형님이 종손이면 다요? 아버님이 흑산도에서 돌아가실 날이 내일모레인데, 어찌 양주 땅을 몽땅 독식하려 드시오! 내 몫은 내놓고 유산 분배를 확정 지으시오!"
"이놈이 감히 형 앞에서! 서출 주제에 본채를 기웃거려? 아버님 숨 끊어지기 무섭게 관가에 고발해 널 쫓아낼 것이다!"

문을 열기도 전에 들려오는, 다 죽어가는 아비의 재산을 두고 벌이는 추악한 다툼 소리. 내 입가에 서늘한 비소가 맺혔다. 내가 헛기침을 크게 한 번 한 뒤, 하인을 시켜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끼이익-. 무거운 대문이 열리며 마당에 서 있던 두 아들과 며느리들의 시선이 일제히 대문 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그들의 입은 흉측하게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병색이 완연하여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관에 실려 올 줄 알았던 늙은 아비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구릿빛 피부에 떡 벌어진 어깨, 꼿꼿한 허리를 자랑하며 장군처럼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곁에는 서른 남짓 되어 보이는, 눈부시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수줍게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서 있었다.

"아… 아버님? 기력이 다하셔서 임종이 머지않으셨다 들었는데… 어찌 이리 건장하신 모습으로…."

장남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와 경악, 그리고 유산을 차지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절망감이 그들의 눈동자 속에서 탁하게 소용돌이쳤다.

"왜, 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가 이 집안 문서를 네놈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길 바랐더냐?"

나의 호통 소리가 안국동 본채의 기와를 쩌렁쩌렁 울렸다. 예전의 힘없던 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단전에서부터 끌어 올린, 기운이 펄펄 넘치는 당상관의 사자후였다. 두 아들은 황급히 마당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아… 아니옵니다! 아버님께서 무사히 귀환하시어 천지신명께 감사드릴 따름이옵니다. 헌데… 곁에 계신 이 여인은 뉘신지요? 혹시 수발을 드는 종년이옵니까?"

"입조심하거라! 이분은 네놈들이 나를 흑산도에 버려두고 유산 다툼이나 하고 있을 때, 얼음장 같은 갯바위에서 목숨 걸고 진액을 달여 나를 살려낸 분이시다. 오늘부로 이 집안의 안주인이자, 네놈들의 어머님이 되실 분이다. 당장 큰절로 모시지 않고 뭣들 하는 게냐!"

나의 불벼락 같은 선언에 마당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천한 섬 과부를 정실부인으로 맞이하겠다니, 양반가의 법도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춘하여 기운이 뻗치는, 그것도 억울한 누명을 벗고 조정의 핵심 권력으로 복귀한 무서운 아비 앞에서 감히 반기를 들 자식은 없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그토록 탐내던 양주 전답과 안국동 본채 문서는, 오늘부로 모두 이 사람, 분녀의 이름으로 명의를 돌릴 것이다. 너희들에겐 내가 죽은 뒤에 한 뼘의 땅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니, 당장 내 집에서 나가 너희들 살길을 찾아보거라!"

"아, 아버님! 그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시끄럽다! 여봐라, 당장 이 불효막심한 놈들을 대문 밖으로 내쫓아라!"

나의 단호한 명령에 하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두 아들과 며느리들을 짐짝처럼 대문 밖으로 밀어냈다. 대문이 굳게 닫히고 나서야, 내 곁에서 잔뜩 겁을 먹고 있던 분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감마님… 참말로 이 큰 집을 제게 주시는 게유? 자식분들께 너무 야박하신 것 같아유."
"야박하다니. 내가 죽을 고비에 처했을 때 물 한 모금 떠주지 않은 놈들이다. 네가 없었다면 이 집도, 저 재산도 모두 갈기갈기 찢겨나갔을 것이야. 이 집의 진짜 주인은 너뿐이다, 부인."

나의 '부인'이라는 부름에 분녀의 뺨이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모두 내려가는 듯, 내 가슴속에는 벅찬 통쾌함과 환희가 가득 차올랐다.

※ 5: 합궁(合宮), 해풍에 단련된 몸이니 천천히

모든 집안의 질서가 정리되고, 마침내 분녀를 정식으로 호적에 올리는 혼례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라는 소문이 한양 도성에 파다하게 퍼졌지만, 왕의 총애를 받는 나의 권세 앞에서 감히 입방아를 찧는 자는 없었다.

그날 밤. 새롭게 단장한 안방에는 은은한 촛불이 켜져 있었고, 붉은 원앙금이 깔린 이부자리 위에는 분녀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섬 과부 시절의 그을린 티는 완전히 벗고, 눈부시게 하얀 속적삼 차림의 그녀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방문을 열기 전, 며칠 전 평생 지기인 혜민서의 어의(御醫) 박 영감을 몰래 불러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보게 박 영감. 내 비록 몸은 이십 년은 젊어졌다 하나, 환갑의 나이에 서른셋의 젊은 부인과 첫날밤을 치르려니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네. 혹여 무리가 되진 않겠는가?"

내 은밀한 질문에 박 영감은 내 진맥을 짚어보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렸었다.

"허허! 대감의 맥상을 보아하니, 흑산도 갯바위의 흑해삼과 전복이 대감의 양기를 용광로처럼 들끓게 만들어 놓았소이다. 해풍에 단련된 몸이니 기운이야 장사겠지만, 너무 급히 서두르다간 자칫 무리가 올 수 있소. 명심하시오. 젊은 시절의 호기를 부리지 말고, 물이 스며들듯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여인을 다뤄야만 오래도록 화합할 수 있을 것이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나는 속으로 어의의 처방을 수십 번 되뇌며 방으로 들어섰다. 촛불 아래 붉게 상기된 분녀의 얼굴을 보니, 아랫배에서부터 뜨거운 불길이 훅 하고 치솟아 올랐다. 흑산도의 짠 내 나는 방에서 꾹꾹 억눌러왔던 사내로서의 짐승 같은 본능이 깨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박 영감의 당부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강하게 제어했다.

"부인… 고생 많았소. 내 부인 덕에 이리 다시 살아, 이런 과분한 밤을 맞이하게 되었소."

나는 그녀의 곁에 조심스레 다가가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분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대감마님… 저, 촌년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투박한 몸이에유. 혹여 실망하시면 어쩌나…."
"촌년이라니. 내 눈엔 세상 어느 양반가 규수보다 눈부시게 아름답소. 그리고 내게 가장 아름다운 건 바로 이 손이오."

나는 거친 갯바위에서 긁히고 상처 났던 그녀의 두 손을 끌어당겨, 내 뺨에 가만히 비비며 입을 맞추었다. 나를 살려내기 위해 바쳐진 그 희생의 흔적들을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굳어있던 그녀의 몸이 서서히 봄눈 녹듯 풀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옷고름을 풀었다. 새하얀 살결이 호롱불 아래 드러났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마치 귀한 도자기를 다루듯 아주 천천히 그녀의 목덜미와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아읏… 대감마님…."

그녀의 입술 사이로 작고 달콤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나는 더욱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이 완전히 열리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흑산도의 거친 파도와 칼바람이 만들어낸 짐승 같은 기운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늙은 선비와 섬 과부의 첫날밤은 그렇게 아주 깊고, 뜨겁고, 절제된 열락 속에서 밤이 새도록 이어졌다.

※ 6: 유배지가 천당이었네, 늦둥이의 울음소리

그날 밤 이후, 안국동 본채의 밤은 매일같이 뜨거웠다. 해삼과 전복이 끓여낸 나의 양기는 도무지 마를 줄을 몰랐고, 분녀 역시 부끄러움을 서서히 거두고 사대부의 예법 뒤에 숨겨진 깊은 여인의 향기를 뿜어내며 나의 사랑에 화답했다. 우리는 매일 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지난 십 년간 각자의 삶에서 겪어야 했던 뼈저린 고독과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해 나갔다.

어느 한가로운 봄날 오후. 조정의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뒤뜰 정자에서 분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얼굴 위로 쏟아지고, 분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상투를 빗겨 내리고 있었다.

"대감마님, 참말로 신기하지유. 흑산도 그 험한 곳에서 다 죽어가던 우리가, 어찌 이리 한양 한복판에서 비단옷을 입고 햇볕을 쬐고 있는지… 가끔은 이게 다 한바탕 꿈인 것만 같아유."
"꿈이라니. 내 볼을 한번 꼬집어 보시오. 얼마나 아픈가."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자, 분녀는 얼굴을 붉히며 작게 웃었다.

"부인. 내 조정의 중신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소. 남들은 흑산도가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생지옥이라 혀를 내두르지만, 내게 그곳은 유배지가 아니라 천당이었다고 말이오."
"천당이라니유?"
"그렇지 않소. 그 지옥 같은 곳으로 쫓겨나지 않았다면, 내 어찌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부인을 만나 이토록 회춘하고 새 삶을 살 수 있었겠소. 나를 그곳으로 유배 보낸 정적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오."

나의 진심 어린 농담에 분녀는 옥구슬 굴러가듯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평화로운 오후의 고요함을 깬 것은, 마당 쪽에서 다급하게 뛰어오는 여종의 목소리였다.

"대감마님! 마님! 큰일 났사옵니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호들갑이냐?"
"방금… 방금 용한 의원께서 다녀가셨는데… 우리 마님께서 헛구역질을 하시는 것이 체기가 아니라… 회임(懷妊)이시랍니다! 마님께서 태기를 품으셨다 하옵니다!"

"뭐… 뭣이라?!"

나는 용수철처럼 정자에서 튀어 올랐다. 내 나이 예순하나.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기적이었다.

"부, 부인… 진정 부인이 내 아이를 가졌단 말이오?"

분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평평한 아랫배를 감싸 안으며, 감격에 겨워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대감마님… 저, 흑산도의 척박한 땅에서 씨도 맺지 못할 줄 알았는데… 대감마님께서 제게 새 생명을 주셨어유."
"아니오, 부인! 부인이 나를 살렸고, 부인이 내게 이 집안을 이을 진짜 귀한 핏줄을 선물해 준 것이오! 으하하하!"

나는 체통도 잊은 채 정자 위에서 분녀를 번쩍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예순의 늙은 선비와 서른셋의 섬 과부. 유배지의 척박한 땅에서 절망과 죽음만을 기다리던 두 사람의 운명은, 백일 간의 지극한 정성과 해풍이 만들어낸 기적 속에서 완벽하게 뒤바뀌어 있었다. 이듬해 봄, 안국동 본채에서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늙은 아비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대를 이을 건강한 사내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흑산도의 바닷바람이 맺어준 그들의 사랑은, 그토록 눈부시게 찬란한 해피엔딩을 맞이하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유산에만 눈이 멀었던 자식들 대신, 흑산도 갯바위에서 캐낸 백일의 정성으로 늙은 선비를 살려낸 분녀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어 서로의 진짜 구원이 되어준 두 사람의 순애보와 시원한 사이다 결말이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예순에 회춘하여 늦둥이까지 안은 송영감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다음에도 쫄깃한 조선 시대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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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수채화, no text. 조선시대 한옥의 은은한 호롱불이 켜진 방안, 상투 튼 건장한 사내와 쪽진 머리의 고운 한복을 입은 여인이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모습. 따뜻하고 로맨틱한 분위기.
16:9, watercolor, no text. Inside a softly lit traditional Korean room (Hanok) with a horongbul (oil lamp), a sturdy man with a sangtu (topknot) and a woman in a fine Hanbok with a jjeokjin meori (chignon) holding hands affectionately and looking at each other tenderly. Warm and romantic atmosphere.

씬 1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거친 파도가 치는 밤, 낡고 초라한 흑산도 초가집의 외관.
16:9, watercolor, no text. Night with rough waves, exterior of an old and shabby thatched-roof house in Heuksando.
16:9, 수채화, no text. 호롱불 아래서 이불을 덮고 기침하며 피를 토하는 병든 늙은 선비(상투머리).
16:9, watercolor, no text. An old, sick scholar (with sangtu) coughing up blood under a blanket lit by an oil lamp.
16:9, 수채화, no text. 편지를 손에 쥐고 분노에 찬 표정으로 눈물을 짓는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The scholar holding a letter, tearing up with a face full of anger.
16:9, 수채화, no text.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수수한 무명 저고리 차림의 단아한 섬 여인(쪽진머리).
16:9, watercolor, no text. An elegant island woman (with jjeokjin meori) in a simple cotton jeogori opening the door and entering.
16:9, 수채화, no text. 병든 선비의 이마를 거친 손으로 다정하게 짚어주는 여인의 클로즈업.
16:9, watercolor, no text. Close-up of the woman gently touching the sick scholar's forehead with her rough hand.

씬 2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어두운 새벽, 칼바람 부는 갯바위에서 해산물을 캐는 여인의 뒷모습.
16:9, watercolor, no text. Dark dawn, back view of the woman harvesting seafood on a rocky shore blown by piercing winds.
16:9, 수채화, no text.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며 정성껏 탕약을 달이는 여인의 옆모습.
16:9, watercolor, no text. Side view of the woman carefully brewing herbal soup while tending the fire in a traditional fireplace.
16:9, 수채화, no text. 선비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삼 전복탕을 숟가락으로 먹여주는 장면.
16:9, watercolor, no text. Scene of the woman feeding steaming sea cucumber and abalone soup to the scholar with a spoon.
16:9, 수채화, no text. 방 한구석에 버려진 지팡이, 힘차게 두 발로 일어선 선비의 당당한 뒷모습.
16:9, watercolor, no text. A discarded walking stick in the corner, proud back view of the scholar standing firmly on his two feet.
16:9, 수채화, no text. 마당에서 빨래하던 여인의 거친 두 손을 꼭 맞잡은 건강해진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The healthy scholar firmly holding the rough hands of the woman who was washing clothes in the yard.

씬 3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웃통을 벗고 근육질 몸으로 힘차게 장작을 패는 회춘한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Rejuvenated scholar with a muscular body, chopping firewood vigorously without a shirt.
16:9, 수채화, no text. 마루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웃는 두 사람.
16:9, watercolor, no text. The two sitting on the maru (wooden porch), looking at each other and smiling affectionately.
16:9, 수채화, no text. 흑산도 포구에 들어오는 관선(관군 배)과 펄럭이는 깃발.
16:9, watercolor, no text. Government ship entering the port of Heuksando with flags fluttering.
16:9, 수채화, no text. 마당에서 관상 앞에서 무릎 꿇고 어명(교지)을 받는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The scholar kneeling in the yard and receiving a royal decree from an official.
16:9, 수채화, no text. 눈물 흘리는 여인을 가슴 깊이 안아주는 선비의 애틋한 포옹.
16:9, watercolor, no text. Affectionate embrace of the scholar deeply hugging the crying woman.

씬 4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한양의 으리으리한 양반집 대문 앞에 멈춰 선 마차.
16:9, watercolor, no text. A carriage stopped in front of the grand gate of a noble's house in Hanyang.
16:9, 수채화, no text. 건장한 모습으로 고운 한복을 입은 여인과 함께 대문을 들어서는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The scholar entering the gate with a healthy appearance alongside the woman in a beautiful Hanbok.
16:9, 수채화, no text. 마당에 납작 엎드려 경악과 공포에 질린 두 아들의 표정.
16:9, watercolor, no text. Expressions of shock and terror on the faces of two sons lying flat on the yard.
16:9, 수채화, no text. 노기 띤 얼굴로 아들들에게 문서(종이)를 집어 던지며 호통치는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The scholar shouting angrily and throwing documents (papers) at his sons.
16:9, 수채화, no text. 대문 밖으로 쫓겨나는 아들들을 뒤로하고 안도하며 선비에게 기대는 여인.
16:9, watercolor, no text. The woman relieved and leaning on the scholar, leaving behind the sons being kicked out the gate.

씬 5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붉은 이부자리가 깔린 혼례방, 고개 숙인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
16:9, watercolor, no text. A bridal room with a red bed, a beautiful bride with her head bowed.
16:9, 수채화, no text. 여인의 갯바위 상처가 남은 손등에 부드럽게 입 맞추는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The scholar gently kissing the back of the woman's hand, which still has scars from the rocky shore.
16:9, 수채화, no text. 촛불 아래 붉게 상기된 두 사람의 얼굴 클로즈업.
16:9, watercolor, no text. Close-up of the two flushed faces under the candlelight.
16:9, 수채화, no text. 조심스럽게 여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불 위로 쓰러지는 실루엣.
16:9, watercolor, no text. Silhouette of them falling onto the blanket as he carefully embraces her shoulders.
16:9, 수채화, no text. 문풍지에 비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두 남녀의 그림자.
16:9, watercolor, no text. Gentle and loving shadow of the couple reflected on the paper door.

씬 6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화창한 봄날, 정자에서 여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미소 짓는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Sunny spring day, the scholar lying down with his head on the woman's lap in a pavilion, smiling.
16:9, 수채화, no text. 다급하게 마당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여종의 모습.
16:9, watercolor, no text. A female servant running urgently across the yard.
16:9, 수채화, no text. 자신의 아랫배를 감싸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얼굴.
16:9, watercolor, no text. The woman's face holding her lower abdomen and shedding tears of joy.
16:9, 수채화, no text. 기쁨에 넘쳐 여인을 번쩍 안아 들고 환호하는 선비.
16:9, watercolor, no text. The scholar lifting the woman up high and cheering with overwhelming joy.
16:9, 수채화, no text. 벚꽃이 흩날리는 기와집 마당, 아기를 안고 행복하게 웃는 두 부부.
16:9, watercolor, no text. A tiled house yard with falling cherry blossoms, the happy couple smiling while holding a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