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의 손에 길들여지는 군자
낮에는 도덕을 논하던 깐깐한 선비가 밤이면 기방 제일의 기생 품에서 길들여져 결국 첩으로 들어앉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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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군자란 무릇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며, 색(色)을 멀리하고 학문에 정진해야 하는 법이오."
대낮의 서당, 꼿꼿한 자세로 앉아 제자들에게 금욕과 도덕을 설파하는 이 사내.
한양 도성 내에서 가장 고결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조정랑 윤명환입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 철벽같은 도학자가, 밤이 되면 어찌 변하는지 아십니까?
달빛이 스며드는 기방의 밀실, 고고했던 도포자락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깐깐하던 입술은 기생의 붉은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은 채 거친 숨을 토해냅니다.
낮의 군자는 온데간데없고, 밤의 욕정에 눈먼 한 마리 짐승만이 남을 뿐이지요.
도덕군자의 가면이 어떻게 벗겨지고, 한양 최고의 명기 설향의 손끝에서 어떻게 철저히 길들여지는지.
금기와 쾌락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두 남녀의 은밀하고도 짙은 밤의 기록
※ 1: 철벽의 도학자와 도발하는 명기
한양 도성의 아침, 안개마저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육조거리로 출사하는 사내가 있었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빳빳한 옥색 도포 자락,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묶어 내린 갓끈, 그리고 세상을 향해 언제나 서릿발처럼 세워져 있는 날카로운 눈매. 이조정랑 윤명환은 조정 내에서도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지독한 도학자로 그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학문과 도덕을 신앙처럼 떠받들었고, 인간이 가진 짐승 같은 본능, 특히 사내들의 넋을 빼놓는 색(色)에 대해서는 혐오에 가까운 경멸을 품고 있었다. 서당에서 후학들을 가르칠 때나 조정에서 대소신료들과 논쟁을 벌일 때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언제나 서늘한 비수와 같았다.
"사내대장부가 어찌 한낱 여색에 눈이 멀어 대의를 그르친단 말이오. 밤마다 기방의 천기들 치맛자락이나 들추며 허송세월하는 자들은 당장 관복을 벗고 초야로 물러나야 마땅하오. 군자란 무릇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며, 아랫도리의 얄팍한 욕망을 끊어내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학문에 정진해야만 비로소 백성을 다스릴 자격을 얻는 법이오!"
그의 추상같은 불호령이 떨어질 때마다, 밤이슬을 맞고 출근한 젊은 관료들은 행여나 제 몸에서 분내라도 날까 두려워 고개를 푹 숙인 채 진땀만 뺄 뿐이었다. 윤명환에게 있어 여인이라는 존재는 대의를 방해하는 장애물이었고, 기생은 그중에서도 가장 천박하고 불결한 부류였다. 그는 평생을 단단한 이성의 갑옷으로 무장한 채, 단 한 번도 금욕의 선을 넘어본 적이 없는 완벽한 사내였다.
같은 시각, 한양에서 가장 화려하고 은밀한 기방인 '취화루'의 가장 깊숙한 별채. 짙은 매화 향과 사향이 어지럽게 뒤섞인 방 안에서, 가야금 선율에 맞춰 나른하게 몸을 뉘인 여인이 있었다. 조선 팔도 사내들의 애간장을 녹인다는 제일의 명기, 설향이었다. 살짝 치켜올라간 요염한 눈꼬리와 붉은 앵두를 베어 문 듯한 입술, 그리고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얇은 명주 저고리 아래로 은근하게 드러난 풍만한 굴곡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그녀의 방 문턱을 넘기 위해 조선의 내로라하는 양반네들이 천금의 재물을 싸 들고 줄을 섰지만, 설향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백자 술잔의 테두리를 빙글빙글 쓰다듬듯 돌리다, 붉은 입술 사이로 나직하고 서늘한 웃음을 흘려보냈다.
"호오, 이조정랑 윤명환 대감이 그리도 고결하고 꼿꼿하시단 말이지?"
그녀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어린 기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설향은 요염하게 눈을 반쯤 접어 웃으며 비단 방석 위로 몸을 길게 늘어뜨렸다.
'사람이 어찌 이슬만 먹고살 수 있겠누. 제아무리 얼음으로 겹겹이 성을 쌓아 올린 군자라 한들, 그 속내엔 시커먼 수컷의 본능이 도사리고 있는 법. 내 붉은 치맛자락 한 번 스치고, 달콤한 숨결 한 번 불어넣어 주면 그 얼음 성이 어찌 추하게 녹아내리는지 내기해 볼까? 사내란 무릇 다 똑같은 발정 난 짐승인 것을. 그 고고한 가면 아래 얼마나 천박하고 뜨거운 민낯이 숨겨져 있을지, 내가 친히 벗겨내어 확인해 주지.'
며칠 뒤, 달빛이 교교하게 흐르는 밤. 고위 관료들을 위로하기 위한 연회가 취화루의 가장 넓은 대청에서 열렸다. 명환은 끝까지 참석을 꺼렸으나, 직속상관인 판서의 강권에 못 이겨 마지못해 구석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생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사내들의 허트러진 농지거리가 대청을 채울수록, 명환의 미간은 혐오감으로 깊게 패어갔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찻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훅, 하고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짙은 매화 향이 그의 코끝을 덮쳤다. 이내 사박거리는 비단 치마 쓸리는 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그의 곁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설향이었다.
"대감마마, 어찌 이리 흥겨운 자리에서 홀로 탁한 얼굴을 하고 계시옵니까. 이 설향이 올리는 맑은 곡차 한 잔 받으시어, 굳은 미간을 좀 펴시지요."
그녀가 나긋나긋한 몸짓으로 백자 술병을 기울이자, 얇은 명주 소매가 사르르 흘러내리며 눈부시게 흰 팔목과 가녀린 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에 명환은 흠칫 놀라며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물러가라. 나는 천한 계집이 따르는 술 따위는 입에 대지 않는다. 네 향기가 역겨우니 썩 내 앞을 떠나거라."
그의 냉랭하고 모욕적인 축객령에도 설향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붉은 입술을 호선을 그리며 말아 올렸다. 그리고는 물러서기는커녕 명환의 곁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그녀의 풍성한 붉은 치맛자락이 명환의 무릎 위를 은밀하게 덮으며 스쳤다. 그 얇은 천 너머로 전해지는 여인의 뜨거운 체온에 명환의 등줄기를 타고 미세한 전율이 관통했다.
"천한 계집이 따르는 술이 아니라, 어여쁜 여인이 사내에게 권하는 다정하고 뜨거운 정(情)이옵니다. 이마저도 모질게 내치신다면, 대감마마의 그 넓고 단단한 가슴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차 있단 말씀이십니까? 혹여… 저를 보는 것이 두려우신 겝니까?"
설향은 허리를 숙여 명환의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명환의 귓바퀴를 뜨겁게 간지럽혔다. 그녀의 숨결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분내와 달콤한 난초 향이 섞여 명환의 숨통을 조여왔다. 명환은 자신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시선을 피하려던 그의 눈동자가 아주 찰나의 순간, 설향의 반쯤 열린 저고리 동정 사이로 깊게 파인 눈부신 계곡에 머물렀다. 숨이 멎을 듯한 찰나였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기생 설향은 그 짧은 순간 명환의 맑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원초적인 욕망의 불씨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사오나… 대감마마의 눈빛은 입술의 말과 많이 다르시옵니다. 언젠가 대감께서 그 고결한 도포자락을 질질 끌고 제 발로 이 설향의 은밀한 방문을 두드리실 날이,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그녀는 명환의 귓가에 치명적인 독을 바른 듯한 밀어를 속삭인 뒤,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나비처럼 팔랑이며 대청 저편으로 멀어졌다. 명환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가 남기고 간 짙은 잔향이 그의 콧속에, 아니 머릿속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호흡이 가빠지고 이마엔 식은땀이 맺혔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맹세했던 그의 단단하고 오만한 이성의 성벽에, 처음으로 쩍 하고 치명적인 균열이 가기 시작한 밤이었다.
※ 2: 호기심이 부른 첫 밤
연회에서의 그 짧고 강렬했던 조우 이후, 명환의 삶은 통제할 수 없는 기묘한 열병에 사로잡혔다. 낮에는 여전히 태연한 척 서안 앞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성리학의 이치를 논했지만, 글귀를 들여다볼 때마다 먹물 번진 자리에 요염하게 휘어지던 설향의 눈웃음이 어른거렸다. 맹자와 공자의 말씀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려 했으나, 눈만 감으면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숨 막히도록 짙은 분내가 코끝을 맴돌며 그의 하단전을 뜨겁게 달구었다. 식은땀에 젖어 잠에서 깨는 밤이 이어졌다.
'미친 짓이다. 내가 단단히 미친 것이야! 어찌 일국을 논하는 사대부가 한낱 천기의 얄팍한 희롱에 놀아나 이리 밤잠을 설치며 발정 난 개처럼 헐떡인단 말인가!'
명환은 한겨울 우물물처럼 차가운 물을 머리에 뒤집어쓰며 스스로를 혐오하고 다잡았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억누르고 짓밟을수록 보란 듯이 틈새를 비집고 나와 더욱 맹렬하게 피어오르는 독버섯과도 같았다. 결국 구름 한 점 없이 둥근 보름달이 도성을 훤히 비추던 어느 깊은 밤, 명환은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십 번을 망설이고 수백 번을 자책하면서도, 그의 손은 이미 검은 쓰개치마를 집어 들어 얼굴을 푹 눌러쓰고 있었다. 이성이 짐승 같은 본능에게 백기를 들고 철저히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인적 끊긴 밤거리를 걷는 그의 심장 소리가 귓가를 미친 듯이 때렸다.
마침내 도착한 취화루의 뒤뜰. 은밀한 담장을 넘는 이조정랑의 몸놀림은 처연하기까지 했다. 설향의 별채 앞, 명환은 덜덜 떨리는 손을 쥐어짜며 굳은 얼굴로 한참을 망설였다.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야 한다고 머리는 외치고 있었지만, 발은 바닥에 뿌리를 내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문풍지를 두드린 순간, 마치 밤새 그 소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드르륵- 하고 문이 열렸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나리. 밤바람이 찬데 어찌 이리 늦으셨사옵니까."
방 안은 어두웠다. 요염하게 일렁이는 촛불 하나만이 위태롭게 방 안의 그림자를 흔들고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향과 여인의 체취가 명환의 폐부를 깊숙이 찔러왔다. 얇디얇은 속적삼 한 장만을 걸친 설향의 모습은 달빛을 받아 반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명환은 나무토막처럼 굳어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설향은 문을 닫아걸고 빗장을 지른 뒤, 여유로운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어찌 그리 사시나무 떨듯 얼어계십니까. 바깥바람에 몸이 많이 상하셨사옵니다. 이리 오시어 차가운 몸을 녹이시지요."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 명환의 턱 밑으로 다가와 갓끈을 스르륵 풀어내렸다. 그 사소한 접촉만으로도 명환의 온몸에 벼락이 치는 듯한 쾌감이 스쳤다. 명환은 반사적으로 거칠게 그녀의 얇은 손목을 움켜쥐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미친 짓을… 나는 당장 돌아가겠소. 문을 여시오."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도학자의 거부 의사가 흘러나왔으나, 평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목소리는 처참하게 갈라지고 잘게 떨리고 있었다. 설향은 거세게 붙잡힌 제 손목을 빼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명환의 크고 투박한 손등 위로 자신의 다른 손을 부드럽게 포개어 쓰다듬었다.
"나리의 손이 이리도 델 것처럼 뜨거우시고, 숨결이 이리도 가쁘신데… 발길이 과연 떨어지시겠습니까? 제 눈을 똑바로 보시지요, 나리."
설향이 까치발을 들어 명환의 귓가에 바짝 다가붙어 속삭였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명환의 맥박이 뛰는 목덜미를 휘감자, 이성을 부여잡고 있던 마지막 동아줄이 툭, 하고 처참하게 끊어지는 소리가 명환의 뇌리를 울렸다.
그가 번쩍 눈을 떴을 때, 그의 검은 눈동자엔 더 이상 고결한 선비나 조정을 호령하는 관리의 모습은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짓눌려있던 갈증과 본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명환은 억눌린 짐승의 소리를 내며 거칠게 설향의 가느다란 허리를 낚아채듯 끌어안고 그녀의 붉은 입술을 집어삼켰다.
"읏… 나리… 아픕니다…"
입술을 부딪히는 법조차 모르는 듯 투박하고 맹렬한 입맞춤이었다. 단정하고 금욕적으로 매여있던 명환의 옥색 도포자락이 설향의 교묘한 손길과 명환의 다급한 움직임에 얽혀 무참히 벗겨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내 설향의 얇은 속적삼마저 명환의 무자비한 손길에 찢어지듯 벗겨져 나갔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마침내 완전한 나신을 드러낸 그녀의 눈부시게 희고 풍만한 살결을 마주한 명환은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포효했다. 평생을 금욕과 금기로 살아온 사내의 첫 빗장이 풀린 순간, 그 욕정은 두려울 만큼 맹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방 안에는 살과 살이 질척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설향의 입을 막으려는 듯 쏟아지는 거친 입맞춤, 그리고 억눌린 교성만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명환은 설향의 흰 목덜미와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없이 그 달콤한 살내음을 탐닉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쓸어내리는 명환의 굳은살 박인 손길은 투박했지만 절박했고, 서툴렀지만 애가 탔다. 밤이 깊어 새벽이 올 때까지 이어진 첫 정사 속에서, 명환은 자신이 평생 목숨처럼 믿고 지켜온 신념이라는 것이 여인의 보드라운 속살 앞에서는 이토록 얄팍하고 부질없는 종잇장 같았음을 처절하게 깨달으며, 벗어날 수 없는 달콤한 타락의 늪으로 깊숙이, 아주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 3: 벗겨지는 도포자락
첫날밤의 그 맹렬했던 폭풍이 지나간 후, 명환의 삶은 송두리째 뒤집혔다. 해가 떠 있는 낮 동안 그는 여전히 깐깐하고 엄격한 이조정랑의 무거운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취화루의 밀실에 저당 잡힌 지 오래였다. 서안의 문서를 읽어 내려가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밤에 맛본 설향의 아찔한 속살과 귓가를 맴돌던 교성으로 가득 차 터질 것만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명환의 다리는 주체할 수 없이 떨려왔고, 입안은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퇴궐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그는 누구보다 먼저 관아를 빠져나왔다. 이젠 남의 눈을 의식해 검은 쓰개치마를 뒤집어쓰는 수고로움조차 잊은 채, 그저 어둠이 깔리자마자 굶주린 들개처럼 설향의 방으로 숨어드는 것이 숨 쉬는 것보다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리, 오늘은 어찌 이리 발걸음이 급하셨사옵니까. 아직 달도 채 뜨지 않았거늘."
문이 열리기 무섭게 들이닥친 명환을 보며 설향이 얇은 명주 치맛자락을 여미며 요염하게 눈웃음을 쳤다. 명환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단숨에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는 채 여미지도 못한 설향의 허리를 낚아채어 그대로 차가운 벽으로 밀어붙였다.
"내내… 하루 종일 그대의 살 냄새가 그리워 미치는 줄 알았소. 조정의 대소사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널 안고 뒹굴었던 이 방바닥만 눈앞에 아른거렸단 말이오."
명환의 억센 손이 설향의 저고리 고름을 신경질적으로 잡아챘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매듭이 뜯어지듯 풀리며 비단 옷감이 스르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뽀얗고 둥근 어깨선이 공기 중에 노출되자마자 명환의 뜨겁고 젖은 입술이 탐욕스럽게 그 위로 내려앉았다.
"읏… 나리도 참, 이리 성급하게 구시면 제 여린 살이 다 상하지 않사옵니까."
설향은 짐짓 타박하는 척 농염한 콧소리를 내면서도, 두 팔을 들어 명환의 단단한 목을 부드럽게 감아안았다. 낮 동안 겹겹이 껴입었던 관복과 도포가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답답했는지, 명환은 자신의 옷차림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오직 그녀의 살결을 만지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의 거친 두 손이 설향의 매끄러운 등허리를 쓸어내리다 이내 풍만하게 솟아오른 둔부를 꽉 움켜쥐고 제 쪽으로 바짝 밀착시켰다. 명환의 아랫도리에 단단하게 솟아오른 열기가 설향의 부드러운 아랫배에 문질러지자, 설향의 입술 사이로 달콤하고 노골적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마치 한 덩어리가 된 것처럼 엉겨 붙어 비단 요 위로 쓰러졌다. 명환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조난자처럼, 굶주린 야수처럼 설향의 몸 구석구석을 핥고 빨아들였다.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그의 단정한 옥색 도포는 매일 밤 가장 먼저, 가장 처참하게 벗겨져 방구석에 팽개쳐지는 초라한 천 조각으로 전락했다.
"하아… 설향아… 너는 참으로 독한 요물이다. 내 혼을 아주 쏙 빼놓고, 나를 뼛속까지 갉아먹을 작정이야."
명환이 짐승 같은 거친 숨을 훅훅 내뱉으며 설향의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입술로 머금고 질척하게 혀를 굴렸다.
"흐읏, 아아… 나리께서 이리도 몸을 떨며 좋아하시면서 어찌 제 탓을 하십니까. 매일 밤 문풍지가 찢어질 듯 달려와 제 치맛자락 속으로 머리를 들이미시는 분은 제가 아니라 고결하신 이조정랑 나리시옵니다."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설향의 요염한 귓속말과 방자한 태도에, 명환은 굴욕감은커녕 오히려 등골이 오싹해지는 쾌감을 느끼며 더욱 깊은 흥분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는 거칠게 설향의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고 그녀의 가장 은밀하고 젖어있는 곳으로 자신의 분신을 짐승처럼 밀어 넣었다. 두 사람의 뜨거운 몸이 하나로 빈틈없이 이어지는 순간, 명환의 입에서 차마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낮고 짐승 같은 탄성이 길게 터져 나왔다.
방 안은 금세 땀과 사향, 그리고 두 사람의 타액이 뒤섞인 끈적하고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찼다. 일렁이는 촛불은 비단 요 위에서 미친 듯이 뒤엉켜 요동치는 두 사람의 야만적인 그림자를 벽면 가득 어지럽게 그려내고 있었다. 명환은 설향의 몸이 자신의 거친 허릿짓에 맞춰 쾌락으로 파르르 떨릴 때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쌓아온 양반의 체면이나 학자의 자존심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좋을 만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강렬한 배덕감에 사로잡혔다. 도포를 완전히 벗어던진 그는 이제 그저 한 여자의 부드러운 살결과 조여오는 압박감에 이성을 잃고 미쳐버린, 철저히 본능에 충실한 수컷일 뿐이었다. 그는 밤이 새고 날이 밝아오는 것조차 잊은 채, 끝도 없는 쾌락의 나락으로 스스로의 영혼을 내던지고 있었다.
※ 4: 명기의 손에 길들여지는 군자
계절이 바뀌어 창밖으로 소복이 눈이 쌓이는 겨울이 되었건만, 명환의 육체적 탐닉은 멈추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를 완전히 잠식해버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은밀한 관계의 기류는 기묘하게 비틀리기 시작했다. 초반에 명환이 보였던 굶주린 짐승 같은 맹렬한 주도권과 폭력성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밤자리에서의 모든 권력은 산전수전 다 겪은 능수능란한 기생, 설향의 손아귀로 완벽하게 넘어가 버렸다. 낮에는 여전히 세상을 호령하는 사대부였지만, 밤의 밀실 안에서 그는 철저하게 그녀의 발밑에 엎드린 노예나 다름없었다.
어느 깊고 고요한 밤. 방 안은 두 사람의 뜨거운 열기로 한겨울임에도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명환은 온몸이 땀으로 번들거린 채 숨을 헐떡이며 설향의 몸 위에 엎드려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성이 하얗게 타버릴 듯한 극강의 쾌감, 그 폭발적인 절정에 다다르려던 찰나였다.
"안 됩니다, 나리. 멈추시지요."
설향이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를 내며 명환의 넓은 가슴팍을 두 손으로 힘껏 밀어내고 그의 허리 움직임을 딱 멈춰 세웠다. 잔뜩 부풀어 오른 욕망이 터지기 직전, 허공에 매달린 듯 멈춰버린 명환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헉… 헉… 설향아, 왜, 왜 이러느냐… 제발… 나를 고문해서 죽여버릴 작정이냐."
명환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상실한 채 쾌락에 취해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애타는 목소리로 짐승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금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제 몸을 밀착시키려 했다. 하지만 설향은 매끄러운 뱀처럼 몸을 요리조리 비틀어 피하며 그를 더욱 끔찍한 갈증의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그의 성급한 아랫도리를 슬쩍슬쩍 스치기만 할 뿐, 결코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똑똑히 보시지요. 대낮엔 그토록 근엄하게 공자맹자를 읊어대며 제자들을 호령하던 그 꼿꼿한 선비 나리가, 밤이 되면 천한 기생년의 치맛단 아래서 아랫도리를 주체 못 해 침을 흘리며 자비를 구하는 이 우스꽝스럽고 처참한 꼴을.'
설향은 명환의 일그러진 얼굴을 내려다보며 척추를 타고 오르는 짜릿한 정복감을 느꼈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명환의 땀 맺힌 이마와 콧등을 농락하듯 느릿느릿 쓸어내렸다.
"원하신다면, 저를 얼마나 애타게 원하시는지, 이 천한 창기의 살구멍이 얼마나 고프신지 그 고상한 입으로 직접 말씀해 보시지요. 제 마음에 드는 비천한 대답을 듣기 전엔, 단 한 발짝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설향의 요구는 잔인하고 모욕적이었다. 양반의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잣거리의 천박한 음담패설을 스스로 입에 올리라는 뜻이었다. 과거의 윤명환이었다면 호통을 치며 뺨을 때렸을 일이지만, 쾌락에 뇌수까지 절여진 지금의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은애한다… 아니, 미칠 것 같다… 짐승처럼, 발정 난 개새끼처럼 이 못난 사내가 널 원하고 있다… 제발, 제발 내게 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 다오. 주인이시여, 제발 자비를 베풀어 다오!"
한때 조정에서 도덕과 체통을 목숨보다 귀하게 부르짖던 사내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노골적이고 비굴한 애원이었다. 스스로를 개새끼라 칭하며 기생을 주인이라 부르는 그 완벽한 타락에, 설향은 그제야 소리 내어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며 굳게 닫혀있던 자신의 하얀 두 다리를 활짝 벌려 그를 깊숙이 받아들였다.
"아아아앗…!"
한계점까지 억눌렸던 폭발적인 욕망이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며 두 사람은 부서질 듯 격렬하게 몸을 부딪혔다. 명환은 설향의 목을 생명줄처럼 끌어안고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뇌를 태워버릴 듯 파도처럼 밀려오는 거대한 쾌락의 해일에 몸을 맡겼다.
이제 명환은 설향의 몸뚱어리가 없이는 단 하루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완벽한 중독자이자 노예가 되어버렸다. 밤자리에서 그녀가 장난삼아 시키는 짐승 흉내나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체위조차도, 그녀의 칭찬 한마디와 한 번의 삽입을 허락받기 위해 기꺼이, 아니 즐거워하며 따랐다. 낮에는 금관조복을 입고 세상 가장 근엄하게 팔자걸음을 걷다가도, 어둠이 내리면 기생의 벗은 발밑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그녀의 발가락을 정성스레 핥으며 황홀경에 빠지는 사내. 완벽하고도 소름 끼치는 주종 관계의 역전이었다. 도포를 벗어던진 오만한 군자는, 그렇게 명기 설향의 하얀 손가락 하나에 울고 웃으며 철저히 사육되는 노리개로 전락해가고 있었다.
※ 5: 비 내리는 밤의 갈망
설향의 치맛자락 아래서 밤마다 이성을 짐승의 먹이로 던져주던 명환의 기행이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낮의 명환은 껍데기만 남은 박제와 같았다. 꼿꼿했던 허리는 피로에 절어 미세하게 굽어 있었고, 맑았던 눈동자엔 언제나 탁한 핏발이 서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단정한 옥색 도포 자락에서는 아무리 향에 그을려도 지워지지 않는, 기방 특유의 짙은 사향과 여인의 농염한 분내가 스며 나와 조관들의 코끝을 스쳤다. 조정 내에서는 머지않아 흉흉한 소문이 독버섯처럼 번져나갔다. 금욕과 도덕의 화신이던 이조정랑 윤명환이 취화루의 요물에게 홀려 밤마다 개처럼 기어 다니며 난봉을 부린다는, 사대부로서는 치명적인 추문이었다.
결국 평생의 지기이자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는 대사헌 김대감이 그를 인적이 드문 전각 뒤편으로 은밀히 불러세웠다.
"자네,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자네의 그 드높던 명성에 똥칠을 하는 헛소문이 장안에 파다하네. 제발 정신을 차리게! 한낱 천기의 가랑이 사이에서 평생 쌓아 올린 가문의 영광과 자네의 알량한 학문을 모두 짓밟을 작정인가!"
친우의 핏대 선 호통에 명환은 등골에 차가운 얼음물이 부어지는 듯한 섬뜩함을 느꼈다. 쾌락의 늪에 눈이 멀어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의 감각이 서늘한 비수가 되어 그의 목줄기를 겨누고 있었다.
'그래, 이대로는 안 된다.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망가졌단 말인가. 내 평생 뼈를 깎는 고통으로 쌓아온 공든 탑을, 수많은 선비들의 존경을, 한낱 기생년의 얄팍한 살결 따위와 바꿀 수는 없다. 끊어내야 한다. 내 살을 도려내는 한이 있어도 그 요물을 베어내야만 해.'
명환은 입술을 꽉 깨물어 피를 내며 굳게 결심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독하게 마음을 먹고 취화루로 향하던 발길을 뚝 끊어버렸다. 그러나 스스로 내린 일주일간의 금족령은, 명환에게 있어 살아 숨 쉬는 지옥 그 자체였다. 첫날은 오기로 버텼으나, 사흘이 지나자 손발이 덜덜 떨리고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안에 놓인 붓을 쥐어도 설향의 매끄러운 허리선이 떠올라 숨이 막혔고, 밤이 되어 자리에 누우면 귓가에 맴도는 그녀의 달콤하고 노골적인 교성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 자신을 옭아매던 그 끈적한 체취, 그리고 자신을 조롱하며 쾌락의 정점으로 이끌던 그 요염한 눈빛이 지독한 아편의 금단증상처럼 그의 온몸을 찢어놓을 듯 괴롭혔다. 곡기를 끊은 사람처럼 밥을 넘기지 못했고, 밤새 지독한 열병을 앓듯 식은땀을 흘리며 침상을 뒹굴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이레째가 되던 날 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억수 같은 장대비가 도성을 집어삼킬 듯 쏟아져 내렸다. 우르릉 쾅! 하고 천지를 뒤흔드는 벼락 소리에 번쩍 눈을 뜬 명환은, 자신의 인내심이 이미 형체도 없이 바스라졌음을 깨달았다. 그의 머릿속엔 오직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설향이 보고 싶다. 그녀의 품에 안겨 죽어버리고 싶다.'
이성을 통제하던 마지막 빗장이 벼락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명환은 미친 사람처럼 뛰쳐나갔다. 비를 피할 우산도, 겉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채 얇은 속적삼과 바지람 차림으로 칠흑 같은 빗속을 짐승처럼 내달렸다. 양반의 체면, 조관의 명예, 가문의 영광. 그 거창하고 무거운 이름들은 이제 명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 모든 것을 다 가져다 바친대도 그녀의 뜨거운 속살을 한 번 핥아보는 것만 못했다.
질척이는 진흙탕에 미끄러져 무릎이 깨지고, 비바람에 상투가 풀어헤쳐져 산발이 된 처참한 몰골로 명환은 취화루의 뒤뜰에 다다랐다. 비에 흠뻑 젖어 추위와 열망으로 사시나무 떨듯 떠는 그가 설향의 별채 방문을 부서져라 두드렸다.
"설향아! 문을 열어다오, 제발! 설향아!!"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절박한 부름에 덜컹, 하고 문이 열렸다. 촛불을 들고 선 놀란 얼굴의 설향을 보자마자, 명환은 젖은 진흙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그대로 방 안으로 무너지듯 뛰어들어 그녀의 다리 밑에 털썩 엎드렸다.
"나리…!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꼴이십니까! 어찌 비를 이리 다 맞고…"
"죽을 것 같았다… 널 보지 못하니 차라리 내 손으로 목숨을 끊는 것이 덜 고통스러울 뻔했어… 내가 졌다. 네가 이겼다, 설향아. 내가 졌어…."
명환은 그녀의 얇은 치맛자락을 생명줄처럼 꽉 움켜쥔 채, 젖은 얼굴을 그녀의 무릎에 파묻고 아이처럼 오열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듯 오만했던 도학자의 자존심은 진흙탕과 빗물에 시궁창으로 씻겨 내려간 지 오래였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주인의 온기를 갈구하며 헐떡이는 그의 모습은, 비에 젖은 채 제 발로 주인을 찾아와 목줄을 매달아 달라고 애원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엾고 비굴한 들개와 다를 바 없었다.
※ 6: 완전한 굴복과 짐승의 민낯
방 안으로 스며든 차가운 빗물과 진흙 범벅이 된 명환의 몰골에도, 설향은 당황하기는커녕 자신의 발밑에서 오열하는 이 사내를 보며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찌릿한 희열을 느꼈다. 세상을 발아래 두었던 고결한 선비가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져 자신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구원을 빌고 있지 않은가. 설향은 천천히 몸을 낮춰 덜덜 떠는 명환의 젖은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물기를 닦아낼 새조차 없었다. 명환은 그녀의 손길이 닿자마자 굶주린 야수처럼 돌변하여 설향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끌어안고 그녀를 방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아앗, 나리! 아픕니다! 진정하시지요!"
설향의 외마디 비명과 저항에도 명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일주일간 참아왔던 주림과 갈증은 그를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완전한 괴물로 만들어 놓았다. 그는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뿜으며 설향의 얇은 명주옷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비단이 비명을 지르며 뜯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뽀얀 살결이 드러나자, 명환은 이빨을 드러낸 채 그녀의 어깨와 목덜미에 마구잡이로 입술을 처박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명환의 젖은 몸과 후끈하게 달아오른 설향의 부드러운 살덩이가 엉겨 붙으며 끔찍하고도 관능적인 마찰을 빚어냈다.
"날 버리지 마라… 제발 다른 사내에게는 웃어주지 마. 네가 다른 사내에게 술을 따르는 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피가 거꾸로 솟아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다! 너는 내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것이야!"
명환은 피눈물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설향의 몸 구석구석에 자신의 소유욕을 미친 듯이 새겨 넣었다. 그녀의 하얀 목줄기를 꽉 깨물어 붉은 피가 맺히게 하고, 그녀의 저항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잔뜩 성이 난 자신의 분신을 그녀의 젖은 계곡 깊숙한 곳까지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었다.
"흐아앙…! 나리… 너무, 너무 깊사옵니다… 앗!"
찢어질 듯한 고통과 함께 숨 막히는 쾌락이 동시에 밀려오자 설향의 입에서 애달픈 비명이 터졌다. 하지만 명환은 자비조차 잊은 채 짐승처럼 거칠고 폭력적으로 허리를 튕겼다. 방 안을 밝히는 위태로운 촛불마저 흔들리게 만드는 격렬한 정사였다. 천둥이 번쩍이며 창호지를 하얗게 질리게 할 때마다, 기생의 붉은 치마폭에 얽매여 이성을 잃고 헐떡이는 이조정랑의 일그러진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말해… 대답해라! 너의 유일한 주인은 나뿐이라고. 오직 내 밑에서만 두 다리를 벌리고 이리 예쁘게 울겠다고 말해!"
명환은 설향의 두 가녀린 손목을 한 손으로 틀어쥐고 제 머리 위로 결박한 채, 그녀를 부서뜨릴 듯 내리누르며 피 토하듯 소리쳤다. 그의 번들거리는 눈빛은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흐앙… 예, 예… 나리… 읏, 나리만의 것입니다… 이 천한 설향은 평생 나리 밑에서만 헐떡일 나리만의 암캐이옵니다… 아아앗!"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철저히 복종적이고 천박한 대답은 명환의 이성에 남은 마지막 재 한 줌마저 완벽하게 불태워버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명환은 짐승의 표효 같은 낮은 소리를 내지르며 더욱 미친 듯이 폭주했다. 방 안에는 거센 빗소리를 뚫고 두 사람의 질척이는 마찰음과 숨넘어가는 교성만이 진동했다. 그 벼락 치는 밤, 윤명환은 자신이 일평생 숭배해 온 도덕과 체면, 양심이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를 스스로 찢어발겼다. 그는 쏟아지는 빗물 속에 과거의 자신을 영원히 수장시키고, 오직 기생의 살 냄새와 뜨거운 교합의 쾌락만이 존재하는 야만의 세계에 기꺼이, 그리고 완벽하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 7: 세상의 눈을 감게 한 사랑
그 광란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을 때, 윤명환은 마치 거듭난 사람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번뇌하지도, 세간의 눈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곧장 대궐로 향해 조정 대소신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청천벽력 같은 폭탄선언을 던졌다.
"신 이조정랑 윤명환, 취화루의 기기(妓妓) 설향을 제 가문의 정식 첩실로 들이고자 하옵니다."
순간 조정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섬뜩한 정적이 흘렀다. 이내 "이조정랑이 단단히 미쳤다!" "어찌 뼈대 있는 사대부의 가문에 저잣거리의 천기를 들인단 말인가! 당장 관복을 벗기시오!" 하는 노대신들의 격앙된 탄식과 분노가 들끓었다. 대사헌 김대감은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고, 가문의 어르신들은 가첩을 파내겠다며 방방 뛰었다. 그러나 수백 개의 비난의 화살 앞에서도 명환의 얼굴은 바위처럼 굳건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과 명예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미련 없이 지켜보았다.
명환은 자신의 전 재산을 털다시피 하여 취화루 행수에게 막대한 속전을 지불했다. 그리고 관아를 압박하여 설향의 이름이 적힌 기생 명부를 불태워버렸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던 조선 제일의 기생 설향은, 하루아침에 윤명환이라는 사내만의 소유가 된 것이다.
며칠 뒤, 한양 한복판에 위치한 윤명환의 고래등같은 기와집 대문 앞으로 화려하고도 도발적인 붉은빛 가마 한 대가 들어섰다. 붉은 활옷을 입고 금박 족두리를 쓴 설향이 요염한 자태로 가마에서 내렸다. 명환이 직접 그녀를 마중 나와 손을 잡았다. 종사기들과 노비들은 사대부의 안채에 기생년이 들어서는 것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명환은 그들의 경멸 섞인 수군거림 따위는 벌레 소리만큼도 여기지 않았다. 그는 설향의 손을 굳게 잡고, 행랑채도, 첩실의 별채도 아닌, 이 집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인 '안방'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정실부인조차 쉽게 드나들지 못하던 그 신성한 공간이, 일개 기생의 차지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무겁게 안방의 문이 닫히고, 드디어 세상과 단절된 채 단둘만이 남은 널찍한 방 안. 명환은 설향의 화려한 족두리를 조심스레 벗겨내고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비단 침상으로 눕혔다.
"이제 너는 온전한 나의 사람이다. 밤낮으로, 내 숨이 끊어지는 그날까지 내 곁에서 단 한 발짝도 떨어지지 못할 것이야."
명환이 설향의 붉은 활옷 고름을 천천히,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풀며 속삭였다.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짐승의 광기가 아닌, 병적일 만큼 깊은 애착과 맹목적인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리께서 저를 이리도 맹목적으로 아껴주시니… 소인, 평생 나리의 그 넓은 도포자락 아래서 얌전히 다리를 벌리고 모시겠사옵니다."
설향이 나른하고도 뇌쇄적인 눈빛으로 명환의 단단한 가슴팍을 쓸어내리며 치명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두 팔이 명환의 목을 끌어당기자, 명환은 입술을 삼키며 그녀의 깊은 품속으로 기꺼이 파고들었다.
세상 사람들은 윤명환이 요물에게 홀려 신세를 망치고 가문을 수렁에 빠뜨렸다며 침을 뱉고 혀를 찼다. 낮에는 여전히 날 선 눈빛으로 세상의 이치를 논하는 깐깐한 선비였지만, 굳게 닫힌 안방의 방문 안에서 그는 기생 출신 첩의 발치에 엎드려 밤새도록 붉은 치맛자락을 탐하는 발정 난 짐승이 되었다. 하지만 명환은 불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겹겹이 껴입었던 도덕이라는 이름의 갑옷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본능과 민낯을 온전히 내보일 수 있는 설향의 품 안에서 매일 밤 타락과 구원을 동시에 맛보고 있었다. 고결한 옥색 도포와 화려한 붉은 치맛자락이 한데 얽혀 뒹구는 안방의 요 위로, 조선의 깐깐하고 숨 막히던 도덕률은 그렇게 가장 뜨겁고 달콤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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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부르짖던 선비의 아찔한 타락,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낮의 이성과 밤의 본능 사이에서 무너져내린 윤명환의 짙은 밤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의 도포자락 아래에는 어떤 민낯이 숨겨져 있나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누르시면 다음번엔 더욱 은밀하고 아찔한 조선의 스캔들로 찾아오겠습니다. 오늘 밤도, 달콤한 꿈 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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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on dynasty, beautiful female gisaeng seducing a strict noble scholar in a dimly lit traditional Korean room, taking off his robe, heavy tension, romantic and highly sensual atmosphere, cinematic lighting, dramatic shadows, photorealistic, 8k resolution, highly detailed, masterpiece, no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