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남자들의 유흥 코스' [조선남녀]
양반은 기방과 누각, 중인은 주막과 사창가, 상민은 노점 술집과 뒷골목을 주로 찾았다. 밤의 한양은 신분제 사회였지만, 욕망만큼은 평등했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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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해가 지고 도성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정(人定)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한양의 진짜 얼굴이 어둠 속에서 깨어납니다. 낮에는 공자맹자를 논하며 에헴 헛기침을 하던 양반들도, 주판알을 튕기며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으던 중인들도, 등골이 휘도록 짐을 지던 상민들도 밤이 되면 모두 하나의 짐승으로 변해버렸죠. 가장 화려한 기방의 비단 이불 속부터, 기름때 낀 주막의 비좁은 뒷방, 그리고 인적 끊긴 퀴퀴한 뒷골목의 지푸라기 위까지.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였으나, 밤의 어둠이 내려앉고 여인의 치맛자락이 들리는 순간만큼은 그들 모두 똑같이 헐떡이는 사내에 불과했습니다. 체면과 이성을 벗어던진 조선 사내들의 가장 은밀하고도 노골적인 밤의 코스, 그 은밀한 장막을 지금 걷어 올립니다.
※ 1: 난초 향기 흩날리는 기방, 양반의 우아한 위선
붉은 해가 인왕산의 험준한 능선 너머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도성에 밤의 시작과 통행금지를 알리는 보신각의 육중한 인정 종소리가 서른여덟 번 길게 울려 퍼진다. 굳게 닫힌 숭례문과 흥인지문의 성벽 안으로 어둠이 짙게 깔리면, 낮 동안 한양을 지배했던 엄격한 성리학의 질서와 꼿꼿한 체면의 무게는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한다. 평범한 백성들에게는 고단한 하루의 시름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드는 휴식의 시간이지만, 사내들의 몸속 가장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숨죽여 있던 은밀하고도 끈적한 욕망은 바로 이 짙은 어둠을 양분 삼아 거대한 기지개를 켠다.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희미한 북촌의 후미진 골목 어귀, 최고급 기방인 명월관의 비밀스러운 솟을대문 앞에는 순라군의 눈을 피해 스며드는 은밀한 그림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낮에는 조정의 어전회의에서 국사를 논하고, 서원과 향교에서 우주 만물의 이치와 사서삼경을 읊조리던, 조선 팔도에서 가장 고결하고 꼿꼿한 사대부들이다. 그중에서도 당대 최고의 명문가 장손이자 학식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젊은 사내 하나가 챙이 넓은 익선을 눈 밑까지 푹 눌러쓴 채 기방의 가장 은밀하고 깊숙한 별채로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방 안에는 이미 최고급 백단향과 매화향이 뒤섞인 아찔한 향기가 무겁게 내려앉아 코끝을 간지럽히고, 화려한 자개가 영롱하게 박힌 최고급 소반 위에는 맑고 투명한 청주가 은은한 촛불을 머금은 채 찰랑이고 있다.
사내가 주위를 경계하듯 둘러보다 이내 무거운 갓을 벗어 내려놓자, 방 한구석에서 얇은 명주 저고리 너머로 붉은 치마를 제 속살처럼 감싸 안은 명월관 최고의 기생 초희가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요염하고도 나긋한 목소리로 사내를 맞이한다. 밤바람이 이리도 찬데 어찌 이제야 오셨냐는, 원망 섞인 듯하면서도 짙은 교태가 묻어나는 그녀의 투정 어린 목소리가 사내의 귓바퀴를 달콤하게 핥고 지나간다. 사내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지만, 애써 헛기침을 크게 내뱉으며 짐짓 점잖은 척 서안 앞에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는다. 하지만 양반의 위엄을 가장한 그의 시선은 이미 초희의 얇고 투명한 저고리 동정 사이로 아스라히 드러난 눈부시게 하얀 목덜미와,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붉은 입술에 단단히 결박되어 버린 지 오래다. 가야금을 품에 안은 초희의 길고 가느다란, 티 없이 맑은 손가락이 명주실을 튕기며 애절한 산조 가락을 연주하기 시작할 때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사내의 위태로운 이성에도 조금씩 금이 가며 위험한 진동이 일기 시작한다. 사내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모른 척 연주에 몰두하던 초희가, 이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사내의 빈 잔에 맑은 술을 채워 올린다. 술잔을 쥔 그녀의 하얀 손목에서 풍겨오는 짙은 분내와 여인의 달아오른 체취가 방 안의 백단향을 집어삼킬 듯 사내의 후각을 맹렬하게 마비시킨다.
기생의 노련하고도 치명적인 눈웃음과, 어떻게든 사대부의 체통을 지켜보려는 사내의 점잖은 위선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목을 타고 넘어간 맑고 독한 술기운이 뜨겁게 혈관을 타고 흐르며 양반이라는 무겁고도 거추장스러운 체면의 껍데기를 서서히 녹여 내리기 시작한다. 평생 붓을 쥐고 성현의 가르침만을 써 내려가던 사내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허공을 가르더니 술잔을 채우던 초희의 하얀 손목을 부드럽지만 강인하게 낚아챈다. 찰랑이던 술잔에서 넘쳐흐른 투명한 술방울이 초희의 강렬한 붉은 치맛자락 위로 번져나가며 짙고 야릇한 얼룩을 만들어낸다. 갑작스러운 사내의 행동에 놀란 척 동그랗게 눈을 뜨며 짐짓 뒤로 물러서려는 초희의 가녀린 턱을 단단히 쥐고, 사내는 더 이상 점잖은 공자맹자를 읊던 나약한 선비가 아닌, 지독한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한 마리 야수처럼 거칠고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그녀의 얼굴을 향해 아찔하게 다가간다. 흔들리는 촛불 아래서, 수십 년을 공들여 쌓아 올렸던 사대부의 고결한 이성과 위엄은 그렇게 난초 향기 흩날리는 기생의 치마폭 속으로,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함락되어 가고 있었다.
※ 2: 비단 옷고름이 풀리는 밤, 이성을 집어삼킨 사대부
기방의 깊고 깊은 밤, 방 안을 어스름하게 밝히던 유일한 촛불마저 사내의 거칠고 조급한 입김에 속절없이 스러지고 나면, 오직 창호지를 뚫고 들어온 차갑고도 푸른 달빛만이 어둠 속에서 엉켜드는 두 사람의 뜨거운 나신을 희미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사내의 크고 단단한 손이 초희의 얇디얇은 명주 저고리 옷고름을 틀어쥐고, 마치 의식을 치르듯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끌어당긴다. 스르륵-. 최고급 비단결이 서로 마찰하며 무너져 내리는 그 미세하고도 관능적인 소리는, 세상 그 어떤 명창의 노랫가락이나 가야금 산조보다도 사내의 이성을 맹렬하게 흩트려놓는 치명적인 독약과도 같다. 단단하게 매여 있던 옷고름이 힘없이 풀리며 저고리의 앞섶이 벌어지는 순간, 어두운 방 안에서도 달빛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는 여인의 하얀 가슴선과 매끄러운 어깨의 곡선이 탐스럽게 솟아오르며 그 아찔한 자태를 온전히 드러낸다. 사내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진귀하고 깨지기 쉬운 백자 도자기를 다루듯, 미세하게 떨리는 손길로 그녀의 부드럽고 뜨거운 살결을 애틋하게 쓸어내린다. 평생토록 차가운 붓대와 메마른 서책만을 만지며 살아왔던 그의 메마른 손끝에 닿는 기생의 달아오른 체온은, 그가 수십 년간 활자 속에서 깨우쳤던 그 어떤 심오한 우주의 진리보다도 압도적이고 맹렬하게 그의 온몸을 관통한다.
사내의 뜨거운 입술이 초희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 삼킬 듯 지나쳐 가녀린 쇄골의 능선을 타고 끝없이 아래로 향하며 붉은 탐욕의 자국을 남길 때마다, 초희는 방바닥에 깔린 두껍고 푹신한 비단 요의 자락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며 억눌린 교성을 끊임없이 토해낸다. 행여나 담장 밖을 순찰하는 순라군의 귀에, 혹은 밖에서 대기하는 가솔들의 귀에 들릴세라 양반이라는 알량한 체면 때문에 차마 짐승 같은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서로의 입술을 핏기가 가시도록 물고 뜯으며 숨을 죽이는 이들의 정사는, 역설적이게도 그 억눌림 때문에 더욱 파괴적이고 폭발적인 쾌락을 만들어낸다. 겹겹이 그녀의 하반신을 감싸고 있던 정열적인 붉은 치마마저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바닥으로 무참히 내팽개쳐지고, 마침내 단 한 오라기의 실오라기조차 걸치지 않은 두 육체가 달빛 아래서 완전하고도 완벽하게 맞닿는 경이로운 순간. 사내는 낮 동안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가문의 막중한 무게와 조정의 엄격한 예법, 사대부로서의 도덕적 강박 따위는 새카맣게 불태워버린 채, 오직 눈앞의 여인을 탐닉하는 헐떡이는 수컷이 되어 여인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계곡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든다.
고요한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은 질척이고 끈적한 살과 살의 마찰음, 그리고 턱밑까지 차올라 차마 내뱉지 못하고 삼켜내는 짐승의 달아오른 숨소리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고상했던 사대부의 점잖은 위엄은, 그 어떤 계급장도 통하지 않는 원초적인 육체의 욕망 앞에서 형편없이 허물어지며 타락한다. 초희의 허리를 끌어안고 거칠게 요동치는 사내의 움직임에는 이미 성리학적 이성이 개입할 틈조차 남아있지 않다. 오직 피부를 타고 흐르는 쾌락의 전율에 몸을 맡긴 채, 사대부와 기생이라는 거대한 신분의 벽을 허물어버린 두 남녀는 땀으로 흠뻑 젖은 비단 이불 속에서 밤이 새도록 길고도 지독한 쾌락의 늪을 헤매고, 또 헤맨다. 이 은밀하고도 타락한 밀실 안에서는 왕의 어명도, 성현의 가르침도 그들의 끓어오르는 본능을 잠재울 수 없는 법이다. 밤의 어둠이 허락한 이 짧고도 강렬한 일탈 속에서, 양반이라는 무거운 감옥에서 탈옥한 사내의 육체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폭력적으로 여인의 몸을 탐하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욕정의 심연으로 한없이 추락해 들어간다.
※ 3: 탁주 냄새 진동하는 주막 뒷방, 거침없는 중인의 밤
북촌 기방의 비단 요 위에서 꼿꼿한 사대부들의 고상하고도 은밀한 타락이 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을 무렵, 도성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종로 운종가의 시끌벅적한 뒷골목에서는 전혀 다른 질감과 온도를 가진 사내들의 밤이 농염하게 무르익고 있다. 낮 동안 청나라를 오가며 비단과 인삼을 밀거래하거나, 시전 상가에서 주판알을 튕기며 악착같이 은화를 긁어모으던 중인 신분의 거상들과 역관들. 양반들에게는 천한 장사치라 무시당하고 멸시받으면서도, 정작 그 양반들의 융통성 없는 주머니를 쥐락펴락하는 실질적인 부의 권력자들이다.
이들이 밤의 어둠을 틈타 스며드는 곳은 난초 향기가 피어오르는 조용한 기방이 아니다. 돼지기름에 바싹 구워낸 지짐이 냄새와, 며칠을 푹 삭힌 시큼하고 탁한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는 운종가 뒷골목의 후미진 주막이다. 주머니에 엽전을 두둑하게 채운 중인 사내 하나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비틀거리며 주막 안으로 들어선다. 그는 양반들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헛기침을 하거나 갓을 고쳐 쓰는 위선 따위는 부리지 않는다. 들어서자마자 껄껄거리는 호탕하고 굵직한 웃음을 터뜨리며, 바쁘게 술상을 나르던 주모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철썩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두들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눈치 빠른 주모는 사내의 그 노골적이고 끈적한 손길을 굳이 피하지 않고, 오히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사내의 넓은 가슴팍에 한 번 안겼다 떨어지는 교태를 부린다. 그리고는 사내의 허리춤에서 묵직하게 짤랑거리는 전대 소리를 확인하고는, 아무도 모르게 주막의 부뚜막 뒤편에 숨겨진 좁고 어두운 뒷방으로 그를 이끈다.
사내가 허리를 숙여 비좁은 방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에는, 양반들의 기생처럼 가야금을 뜯으며 시조를 읊는 고상한 여인 대신, 싸구려 분내를 짙게 풍기며 닳고 닳은 웃음을 파는 들병이 여인 월향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치맛자락이 다 드러나도록 한쪽 무릎을 세우고 삐딱하게 앉아, 긴 곰방대를 입에 문 채 희뿌연 담배 연기를 천장으로 길게 뿜어내고 있다. 사내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조여 매고 있던 거추장스러운 비단 겉옷을 바닥에 훌렁 벗어 던져버리고는, 어떠한 망설임이나 격식도 없이 곧장 월향의 곁으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묵직한 엽전 꾸러미를 끌어끌어 모아, 먼지 쌓인 낡은 소반 위로 보란 듯이 쨍그랑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내던진다.
방 안을 날카롭게 울리는 그 금속성의 마찰음은, 이 주막 뒷방에서 벌어질 모든 행위의 시작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탄이자 가장 완벽한 서곡이다. 사내의 번들거리는 눈빛에는, 낮 동안 양반들 앞에서 굽신거리며 쌓였던 울분과 스트레스를 오직 자본의 힘으로 여인의 육체를 사들여 짓밟고 해소하겠다는 노골적이고도 당당한 욕망이 번득이고 있다. 월향 역시 소반 위를 뒹구는 엽전 꾸러미의 묵직한 무게감에 몹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를 탁탁 털어 내려놓고는 독사처럼 유연하게 몸을 틀어 사내의 두꺼운 허벅지 위로 요염하게 기어오른다.
우리 서방님, 오늘 저잣거리에서 돈 냄새 좀 쏠쏠하게 맡으셨나 보네. 귓가를 때리는 질펀하고도 천박한 농담이 허공을 가르고, 사내는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월향의 얇고 낡은 무명 저고리 안으로 자신의 크고 투박한 두 손을 짐승처럼 집어넣는다. 평생 주판을 튕기고 무거운 짐을 나르느라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인 사내의 거친 손아귀가, 월향의 꽉 찬 가슴을 으스러뜨릴 듯 거칠게 쥐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한다. 밖에서는 젓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부르는 술주정뱅이들의 구슬픈 타령 소리와 고성방가가 끊임없이 들려오지만, 이 밀폐된 좁은 방 안의 두 사람에게는 그 소란스러움마저도 가장 완벽한 춘화도의 배경음악이 된다. 사랑을 속삭일 필요도, 점잖은 척 마음을 감출 필요도 없는 투명한 거래의 현장. 돈과 육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직거래되는 이 탁하고 끈적한 주막의 밀실에서, 중인 사내의 오랫동안 억눌렸던 피로와 사나운 정념은 세상 그 어떤 양반들의 밤보다도 거칠고 솔직하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 4: 투박하고 끈적한 살 섞음, 계산 없는 육체의 거래
주막 뒷방의 공기는 이미 두 사람의 달아오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끈한 열기와, 바깥에서 스며 들어온 막걸리의 쉰내, 그리고 싸구려 백분의 냄새가 뒤엉켜 숨을 쉬기조차 벅찰 만큼 탁하고 끈적하게 변해버렸다. 사내는 숨을 고를 아주 짧은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자신을 감싸고 안겨드는 월향의 해진 무명 치마를 단숨에 허리춤까지 걷어 올리고는 낡은 속바지를 무릎 아래로 거칠게 끌어내린다. 화려하고 부드러운 비단결이 스치는 사대부들의 방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투박한 천조각들이 거칠게 찢어질 듯 쓸리는 소리가 좁은 방 안의 묘한 긴장감을 단숨에 고조시킨다. 제대로 씻지 못해 찝찝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두 사람의 뜨거운 맨살이 폭력적으로 부딪칠 때마다, 쩍쩍 하고 살갗이 들러붙었다 떨어지는 노골적이고 음탕한 마찰음이 고막을 끈적하게 파고든다.
월향은 방구석에 굴러다니던 딱딱하고 차가운 나무 목침을 대충 베고 누워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천장에서 위태롭게 떨어지는 흙먼지를 무심한 듯 멍하니 바라본다. 하지만 그녀의 훈련된 육체는 사내의 짐승처럼 거칠고 집요한 파고듦에 맞추어, 돈값을 하겠다는 듯 교태롭고도 노골적인 신음을 아낌없이 내지르기 시작한다. 아아, 서방님...! 주막의 얇은 흙벽을 뚫고 나갈 듯 앙칼진 그녀의 목소리에 사내는 이성이 완전히 끊어진 듯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야수처럼 허릿짓을 해댄다. 그들의 얽히고설킨 정사에는 양반들처럼 서로의 눈을 애틋하게 맞추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가식적인 밀어 따위는 한 줌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장사치들의 고단한 삶 속에서, 당장 오늘 밤의 갈증과 육체의 굶주림을 가장 빠르고 본능적으로 채우려는 원초적인 몸부림만이 있을 뿐이다.
사내의 육중한 체중과 짐승 같은 힘이 월향의 작은 몸뚱이를 바닥으로 강하게 짓누를 때마다, 낡은 널빤지로 대충 짜 맞춘 부실한 방바닥이 삐걱, 삐걱거리며 요란하고 위태로운 비명을 질러댄다. 금방이라도 바닥이 무너져 내릴 듯한 그 경박하고 요란한 삐걱거림은 방 밖의 술꾼들에게 이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짓거리를 고스란히 생중계하는 듯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내의 가학적이고 지배적인 욕망을 더욱 미친 듯이 부추기는 강력한 최음제가 된다. 엽전을 두둑이 지불했으니 오늘 밤 이 여인의 몸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진액까지 철저하게 뽑아내겠다는 듯, 사내의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빠르고 난폭해진다. 월향 역시 닳고 닳은 밑바닥 인생답게, 몰아치는 사내의 땀범벅이 된 목덜미를 두 팔로 강하게 끌어안고 자신의 허리를 요염하게 튕겨 올리며 그 거친 리듬을 농염하고도 능수능란하게 받아낸다.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우던 탁한 공기가 서로의 뜨거운 입김에 의해 수백 번 팽창하고, 온몸이 미끈거리는 땀방울로 번들거리며 두 사람의 짐승 같은 교성이 바깥의 소음을 완전히 집어삼키며 마침내 터질 듯한 절정에 달하는 그 순간. 빛바랜 벽지와 먼지 쌓인 주막 뒷방의 허름한 공간은 세련미나 고상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조선 뒷골목 사내들의 계산 없는 본능과 육체의 가장 끈적하고도 솔직한 환희로 가득 채워진다. 체면을 차리느라 숨을 죽이지도, 사랑을 핑계로 머뭇거리지도 않는 맹렬한 살의 섞임. 그것은 거친 세상을 돈이라는 무기 하나로 맨몸으로 버텨내야 하는 중인 사내들이, 자신들의 고단한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선택한 가장 천박하면서도 눈물겹게 뜨거운 밤의 의식이었다.
※ 5: 인적 끊긴 어두운 뒷골목, 상민들의 처절한 사랑
도성의 화려한 불빛과 기방의 짙은 향기, 그리고 주막의 시끌벅적한 취기가 전혀 닿지 않는 한양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밑바닥. 시궁창의 썩은 물 냄새와 버려진 짚단들이 뿜어내는 퀴퀴한 곰팡내가 진동하는 이름 모를 빈민촌의 비좁은 뒷골목에는, 양반의 우아한 타락이나 중인의 돈벌이를 앞세운 노골적인 유희조차 언감생심 사치에 불과한 상민들의 처절하고도 짙은 밤이 무겁게 웅크리고 있다. 하루 종일 종로 육의전 뒷골목과 마포 나루터를 오가며 뼈가 부서져라 수백 근의 짐을 실어 나르고, 양반들의 이유 없는 발길질과 객주들의 쌍욕을 짐승처럼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날품팔이 사내 막동이. 그는 도성에 야간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정(人定) 종소리가 울린 지 한참이 지나 순라군들의 발소리가 거리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컴컴한 골목 어귀의 무너져가는 흙담에 자신의 거대한 몸을 숨긴 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얼어붙은 겨울의 매서운 밤바람이 얇고 해진 무명옷의 틈새를 날카로운 비수처럼 파고들어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통제할 수 없이 떨려오지만, 그의 번들거리는 두 눈동자만큼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뜨겁게 번뜩이고 있다. 혹여나 야간 통행을 단속하는 순라군의 불심검문에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당장 포도청으로 끌려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가혹한 장형을 맞아야 할 위태로운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 그를 이 위험천만한 어둠 속으로 기어코 이끌어낸 것은, 그 어떤 국법이나 매질에 대한 공포보다도 훨씬 더 원초적이고 강렬한 육체의 굶주림, 그리고 사지(死地) 같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숨통을 틔워주는 여인을 향한 사무치도록 짙은 갈망이다.
구름에 가려져 있던 희미한 그믐달이 잠깐 얼굴을 내민 찰나, 골목 저편의 짙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바구니를 머리에 인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작은 그림자 하나가 막동이의 시야에 들어온다. 하루 종일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나루터 바닥에 쪼그려 앉아 소금에 절인 생선과 시든 나물을 팔다 돌아오는 길인 떡분이다. 하루의 고단함으로 인해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독한 피곤함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막동이의 크고 투박한 실루엣을 발견한 순간, 그녀의 발걸음은 터질 듯한 안도감과 억눌러왔던 욕정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막동이는 떡분이가 채 자신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튀어나가, 거칠게 갈라지고 동상이 걸려 피가 맺힌 투박한 두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부서져라 낚아채듯 부여잡는다. 그리고는 사람의 눈길이 절대 닿지 않는 후미진 처마 밑, 반쯤 무너져 내린 버려진 헛간의 짚더미 위로 그녀의 몸을 거칠고도 다급하게 밀어 넣는다. 따뜻한 군불이 지펴진 번듯한 온돌방 하나 없고, 기생들이 덮는 매끄럽고 향기로운 비단 이불은커녕 까슬까슬하고 흙먼지가 날리는 더러운 볏짚더미가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잠자리요, 쾌락의 밀실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세상의 모멸멸을 견디며 서로의 살 냄새와 온기를 짐승처럼 갈구했던 가난하고 헐벗은 젊은 남녀에게 주변의 비참한 환경이나 추위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
막동이는 떡분이가 머리에 이고 있던 무거운 빈 바구니를 바닥으로 신경질적으로 내팽개치고, 흙먼지와 눈물 자국이 얼룩진 그녀의 거칠고 차가운 뺨을 두 손으로 꽉 감싸 쥔 채 돌진한다. 그것은 그 어떤 사대부의 우아하고 기교 넘치는 입맞춤보다도 절박하고, 폭력적일 만큼 맹렬하며, 피 냄새가 날 만큼 뜨겁게 부딪쳐 오는 생존의 입맞춤이다. 떡분이는 혹여나 자신들의 거친 숨소리나 쾌락의 신음이 새어 나가 골목을 순찰하는 순라군의 밝은 귀에 들어갈까 두려워, 막동이의 땀 냄새와 흙내음이 지독하게 밴 해진 무명옷 자락을 자신의 입에 재갈처럼 꽉 쑤셔 문 채 짐승처럼 바르르 떨기 시작한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며 이성을 마비시키는 백단향도, 혀끝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최고급 청주도, 쾌락을 당당하게 흥정하고 지불할 묵직한 엽전 꾸러미도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뼛속까지 시린 가난과 절망만이 가득한 가장 밑바닥의 청춘들. 그러나 꽁꽁 얼어붙어 감각조차 무딘 손가락으로 서로의 투박하고 질긴 무명옷 고름을 뜯어내듯 서둘러 들추고, 한 치의 틈도 없이 서로의 상처투성이 맨살을 격렬하게 부대끼는 그들의 절박한 손길에는 한양 도성 안의 그 어떤 고귀한 계급의 사내들보다도 처절하고 애달픈 날것의 진심이 핏방울처럼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삶의 지독한 고단함과 신분의 비참함을 오직 서로의 뜨거운 체온 하나로 완벽하게 녹여내려는 듯, 막동이의 거칠고 마른 입술은 떡분이의 꽁꽁 언 귓바퀴와 목덜미를 미친 듯이 물어뜯으며 파고들고, 떡분이는 막동이의 넓고 굳은살이 박인 등을 자신의 손톱이 부러질 듯 꽉 끌어안으며 어둠 속에서 소리 없는 절규와도 같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철저하게 버려지고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소외된 상민들의 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가난과 짐승의 냄새가 진동하는 뒷골목의 낡은 짚더미 위에서, 세상 그 어떤 화려한 비단 요 위에서의 정사보다도 끈적하고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얽혀 들며 거침없이 맹렬한 불꽃을 피워 올리기 시작한다.
※ 6: 볏짚 위에서 피어난 온기, 계급을 초월한 욕망의 민낯
살을 무참히 에이는 듯한 매서운 겨울의 밤바람이 부서진 헛간의 틈새를 뚫고 무자비하게 스며들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끔찍한 찬 기운조차 무색하게 만들 만큼 두 사람의 엉켜 붙은 벌거벗은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초적인 열기는 차갑고 퀴퀴한 뒷골목의 공기를 온통 데우고도 남을 만큼 맹렬하게 타오른다. 짐승의 교미처럼 다급하고 거친 행위 속에서 막동이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굵고 짜디짠 땀방울이 떡분이의 가녀린 쇄골 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낮 동안 자신보다 무거운 지게를 지느라 터질 듯 팽팽하게 뭉쳐있던 그의 단단한 등과 허리 근육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는 자신의 척박하고 지독한 삶의 고단함을 오직 이 순간 여인의 깊은 곳에 파고드는 쾌락으로 완벽하게 보상받고 잊어버리려는 듯, 유례없이 억세고 간절한 리듬으로 허공을 가르며 허릿짓을 내리꽂는다. 기방의 비단 요 위에서 벌어지는 양반들의 기교 섞인 여유와 우아함도, 주막 뒷방에서 엽전 소리에 맞추어 허리를 흔드는 중인들의 노골적이고 경박한 쾌락도 아니다. 오직 서로의 거친 숨결을 들이마시고 끓어오르는 체온을 부비는 것만이 이 비루한 생애의 유일한 위안이자 완벽한 구원인, 밑바닥 인생들의 아무런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살 섞음이다.
바닥에 깔린 까슬까슬하고 날카로운 볏짚 무더기가 떡분이의 부드럽고 연약한 맨살을 무자비하게 긁고 지나가며 곳곳에 붉은 생채기를 남기지만, 사내의 압도적인 무게감이 자신을 짓누르고 온몸을 관통하며 파고드는 쾌락의 아찔한 깊이가 주는 황홀함은 그깟 피부의 쓰라림 따위는 순식간에 완벽하게 마비시켜 버린다. 오히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친 통증은 지금 자신이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내와 살을 섞고 있다는 생생한 실재감으로 변모한다. 떡분이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짐승 같은 교성을 참아내기 위해 왈칵 쏟아지는 눈물과 함께 막동이의 땀범벅이 된 어깨를 피가 나도록 꽉 깨물며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막동이는 그런 그녀의 귓가에 짐승의 으르렁거림과도 같은 투박하고 무거운 숨을 훅훅 토해내며,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감싸 안는 것으로 이 밤의 유일한 사랑의 밀어를 대신한다. 입 밖으로 내뱉는 번지르르한 말은 없어도, 두 사람의 몸뚱이는 이미 서로의 가장 깊은 영혼의 상처까지도 완벽하게 핥아주고 위로하고 있었다.
이 완벽한 어둠이 지배하는 공간 속에서는 사대부들이 주둥이로만 나불대는 삼강오륜이나, 장사치들이 부르짖는 은화의 논리 따위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좁고 습한 헛간의 짚더미 위에서 본능에 이끌려 헐떡이며 교미하는 수컷과 암컷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평등한 생명체만이 치열하게 살아 숨 쉴 뿐이다. 막동이의 거칠고 투박한 손바닥이 떡분이의 마른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쥐고 자신의 쪽으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더욱 밀착시킬 때마다, 억눌렀던 두 사람의 숨소리는 좁은 헛간을 가득 채우며 폭발 직전의 임계점을 향해 무섭게 치닫는다.
같은 시각, 향기로운 백단향이 피어오르는 기방의 두꺼운 비단 이불 속에서 아득한 절정을 맞이하며 파르르 떠는 양반의 우아한 교성, 돈을 흩뿌리며 기녀의 몸 위에서 오로지 배설의 쾌락만을 좇는 중인 사내의 탁하고 짐승 같은 숨소리, 그리고 찌그러진 헛간의 볏짚 위에서 생의 고단함을 잊으려 몸부림치며 서로의 살을 파고드는 상민 남녀의 처절하고 억눌린 신음소리.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의 두께와 신분의 높낮이, 부의 크기, 그리고 그들이 몸을 누인 장소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하늘과 땅 차이로 잔혹하게 갈라져 있다. 하지만 짙은 밤의 장막이 무겁게 내려앉은 조선 한양의 지붕 아래서,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쾌락의 정점을 향해 헐떡이는 이 모든 사내들의 벌거벗은 몸짓은 결국 완벽하게 똑같은 짐승의 욕망, 그 적나라한 민낯을 하고 있었다.
어둠이라는 거대한 포장지 속에서, 양반의 체면이라는 두꺼운 위선의 가면과, 중인의 엽전이라는 얄팍한 계산의 장벽, 그리고 상민의 볏짚이라는 지독한 가난의 꼬리표를 모조리 허물어버린 채, 모두가 철저하게 공평하고도 짐승 같은 쾌락의 깊은 수렁 속으로 속절없이 추락하는 것. 그것이 바로 철저한 신분제도와 억압적인 성리학적 계급 사회였던 조선의 한양이, 밤마다 그 검은 치맛자락 속에 비밀스럽게 품고 있던 가장 은밀하면서도 소름 끼치도록 공평한 쾌락의 마법이었다. 마침내 벼락같은 절정을 향해 내달리던 막동이의 온몸이 팽팽한 활대처럼 휘어지며 뜨겁고 묵직한 생명의 파동을 여인의 깊은 곳에 쏟아내고, 떡분이 역시 숨이 완전히 넘어갈 듯한 강렬한 경련을 일으키며 막동이의 거대한 등을 부서져라 껴안는다. 그 폭발적인 순간, 흙먼지 날리는 비루한 뒷골목의 헛간은 세상 그 어떤 임금의 화려한 궁궐보다도 뜨겁고 완벽한 그들만의 성전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몸이 부서질 듯한 노동의 지독한 고통도, 반상(班常)의 잔인한 신분 차별도 모두 하얀 수증기처럼 녹아내린 채, 오직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두 육체만이 서로의 체온을 영원처럼 끌어안고 캄캄한 어둠의 심연 속으로 한없이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 7: 파루(罷漏)의 종소리, 다시 쓰인 신분의 가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내를 똑같은 욕망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던, 지독하게 달콤하고도 짐승 같았던 환락의 밤이 무겁게 내려앉았던 한양 도성에도 기어이 잔인한 현실을 알리는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칠흑같이 어둡던 동녘 인왕산의 능선 너머로 어스름하고 차가운 새벽의 보랏빛이 서서히 번져가기 시작할 무렵, 도성에 기나긴 밤의 끝과 통행금지의 전면 해제를 알리는 파루(罷漏)의 육중한 종소리가 보신각에서부터 서른세 번, 도성 전체의 하늘을 찢으며 무겁게 울려 퍼진다. 뎅-, 뎅-. 잠든 세상을 무자비하게 깨우는 그 거대한 쇳소리의 울림과 함께, 지난밤 도성 전체를 숨 막히게 지배하며 이성을 마비시켰던 은밀하고 축축한 욕망의 안개도 한여름 밤의 마법이 풀리듯 서서히 흩어지고 걷히기 시작한다.
최고급 기방 명월관의 별채. 부드러운 최고급 비단 요 위에서 기생 초희의 매끄러운 살결을 밤새도록 탐하며 짐승 같은 교성을 내질렀던 명문가의 양반 사내는, 파루의 종소리가 귓가를 때리자마자 언제 여인의 품에서 헐떡이는 야수였냐는 듯 서늘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다. 그는 밤새 격렬한 정사로 인해 형편없이 헝클어졌던 상투를 다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듯하고 단단하게 틀어 올린다. 그리고는 동정이 눈부시게 새하얀 중의를 입고, 그 위로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화려한 비단 도포를 겹겹이, 아주 빈틈없이 여며 입는다. 구겨진 갓의 끈을 단호하게 조여 매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쾌락에 젖어있던 나약한 수컷의 흔적은 완전히 증발하고, 완벽하게 고결하고 근엄하며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진 사대부의 차가운 가면이 다시 씌워진다. 이불을 끌어당겨 나신을 가린 기생 초희가 촉촉한 눈빛으로 옷자락을 여미며 애틋한 시선을 보내보지만, 헛기침을 내뱉으며 단호하게 방문을 나서는 그의 꼿꼿한 뒷모습엔 지난밤의 뜨거웠던 정열이나 애정 따위는 온데간데없다. 오직 가문의 명예와 조정의 정쟁을 두 어깨에 짊어진 무자비한 양반의 견고하고 두꺼운 껍데기만이 존재할 뿐이다.
비슷한 시각, 왁자지껄했던 종로 운종가의 주막. 밤새 기름진 안주 냄새와 시큼한 탁주 냄새가 진동했던 주막 뒷방의 낡고 삐걱이는 널빤지 위에서, 기녀 월향의 몸을 탐하다 코를 골며 쓰러져 자던 중인 신분의 거상 역시 파루의 종소리에 번쩍 핏발 선 눈을 뜬다. 그는 부스스하고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로 일어나자마자, 옆에서 지쳐 널브러져 자고 있는 월향의 얇은 이불을 매정하고 신경질적으로 걷어차 버린다. 그리고는 바지춤을 올리기도 전에, 어젯밤 방바닥에 호기롭게 쨍그랑 내던졌던 자신의 묵직한 엽전 꾸러미부터 주섬주섬 챙겨 혹여나 한 닢이라도 비지 않았나 확인한 뒤 허리춤에 단단히 동여맨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어젯밤 좁은 방 안에서 질펀하게 나눴던 쾌락의 감각은 깨끗하게 지워진 지 오래다. 오직 오늘 당장 육의전 상단에 나가 청나라 역관들과 흥정하여 얼마나 많은 은화를 쓸어 담고 이윤을 남길지에 대한, 철저하고도 차가운 자본의 계산과 지독한 탐욕만이 그의 두뇌를 지배하고 있다. 방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여인에 대한 미련이 아닌, 돈 냄새를 쫓는 상인의 기민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도성의 가장 깊은 빈민촌 어귀. 투박하고 절망적인 헛간의 볏짚 위에서 매서운 밤이슬과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떡분이를 애절하게 품었던 상민 막동이 역시 종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킨다. 짧은 밤 동안 서로의 살을 비비며 나누었던 기적 같은 온기가 무색하게, 파루의 종소리와 함께 밀려드는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벌거벗은 두 사람의 피부를 가혹하게 때린다. 막동이는 서둘러 땀 냄새와 흙먼지에 찌든 낡은 무명옷을 허겁지겁 꿰어 입는다. 헤어짐의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소매를 잡는 떡분이의 거친 손을, 막동이는 말없이 한 번 꽉 쥐어주는 것으로 슬픔을 삼킨다. 그에게는 감상에 젖을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막동이는 육의전 거리를 향해 가기 위해, 다시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뼈를 깎는 고통을 안겨줄 묵직한 나무 지게를 짊어진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도성의 잔혹하고 고단한 아침 일상 속으로 고개를 숙인 채 무겁게 뛰어든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백단향 냄새가 나는 비단 이불 속이든, 삐걱이는 주막 뒷방이든, 먼지투성이 볏짚 위든 똑같이 땀을 흘리며 여인의 품속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던 본능의 사내들. 그러나 그들은 서른세 번의 종소리와 함께 다시 각자에게 주어진 굳건하고 잔혹한 신분의 가면을 완벽하게 뒤집어쓰고 도성의 차가운 일상으로 흩어졌다. 화려하고 은밀했던 기방의 밀실에서, 왁자지껄하고 끈적했던 주막의 뒷방에서, 인적 없고 처절했던 뒷골목의 헛간에서 밤새도록 맹렬하게 타올랐던 육체의 교류와 평등한 욕망의 해소는, 마치 아침 햇살에 증발해 버린 한여름 밤의 헛된 꿈처럼 흔적도 없이 도성에서 사라져 버린 듯하다. 해가 완전히 떠오른 낮의 한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엄격한 반상(班常)의 예법과 가혹한 신분 질서가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꼿꼿하고 차가운 세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양반의 겹겹이 동여맨 두꺼운 도포 자락 안 깊은 곳에, 중인의 은화가 짤랑이는 묵직한 돈주머니 속에, 그리고 짐을 나르는 상민의 땀 찌든 무명옷 깃 속에 짙게 배어있는 여인의 아찔한 살 냄새와 그 폭발적이었던 밤의 쾌락의 기억마저 완벽하게 세탁하고 지워낼 수는 없다. 그 은밀한 기억을 각자의 훈장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긴 채, 사내들은 또다시 지루하고 위선적이며 고단한 낮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낼 것이다. 붉은 해가 인왕산 너머로 다시 자취를 감추고, 보신각의 인정 종소리가 또 한 번 어둠을 알리며 도성을 울리는 그 순간. 사내들은 언제나 그랬듯 낮의 가면을 찢어 벗어 던지고, 각자의 끓어오르는 본능을 해소해 줄 자신만의 은밀하고 노골적인 밤의 코스를 향해 굶주린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점잖은 체면 뒤에 숨겨진, 조선 한양의 영원히 반복되는 진짜 얼굴이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체면이라는 무거운 갑옷을 입은 고결한 양반부터, 생존의 벼랑 끝에 서서 거친 숨을 토해내던 상민까지. 철저하게 닫혀있던 가혹한 신분제도 속에서도, 밤이 되면 어김없이 헐떡이는 짐승으로 변해버렸던 조선 사내들의 가장 은밀한 유흥 코스, 그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셨나요? 겉으로는 엄격한 예법과 도덕을 따지면서도, 어둠이 내리면 계급장마저 떼어버린 채 본능의 노예가 되어버렸던 그들의 적나라한 민낯이 인간의 억누를 수 없는 끝없는 욕망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처럼 낮과 밤의 두 얼굴을 가졌던 조선 남녀의 더 깊고 끈적한 역사 속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잊지 마시고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다음 밤에도 여러분을 가장 짜릿하고 은밀한 역사의 뒤편으로 조용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뜨겁고 편안한 밤 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