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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당한 과부, 그 밤의 선택

조선남녀 2026. 2. 27. 10:01

보쌈당한 과부, 그 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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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인트로 (약 450자)

조선시대, 남편이 죽는 순간 여자의 삶도 함께 관 속에 들어갔습니다. 수절이라는 이름의 감옥. 다시 웃어서도, 다시 사랑해서도, 심지어 밖을 나서서도 안 되는 삶. 스물넷 젊은 과부 순이도 그렇게 삼 년을 살았습니다. 시어머니의 감시 아래 찬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제삿상을 차리며 숨만 겨우 쉬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봄밤, 달이 사라진 그믐밤에 낯선 사내의 등에 업혀 담장 밖으로 사라집니다. 보쌈. 밤중에 과부를 포대기에 싸서 데려가는 조선의 은밀한 풍속. 그것은 범죄였을까요, 아니면 죽어가는 여자에게 내밀어진 유일한 손이었을까요? 포대기 속에서 순이는 두려움과 함께 이상한 감정을 느낍니다. 삼 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촛불 하나를 사이에 둔 낯선 방, 낯선 사내 앞에서 순이는 난생처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합니다. 수절의 굴레를 벗은 그 밤, 조선 과부의 가장 은밀하고 가장 뜨거운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 1 – 수절의 감옥, 순이의 하루

새벽닭이 울기도 전,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은 시각에 순이의 하루는 시작된다. 싸늘한 부엌 바닥에 맨발로 내려서면 발끝부터 한기가 올라온다.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부싯돌을 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불씨가 겨우 붙는다. 이 불씨 하나 살리는 것이 순이의 하루 중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감시하지 않으니까. 스물넷. 꽃다운 나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순이에게 스물넷은 시든 꽃잎의 나이다. 시집온 지 겨우 두 해 만에 남편이 역병에 쓰러졌다. 혼인 첫날부터 과묵하던 남편이었다. 부모가 정해준 혼처, 열여섯 살 순이는 가마에 실려 왔고 남편의 얼굴을 처음 본 것이 바로 그날 밤이었다.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못생긴 것도 아닌, 그저 무심한 사내였다. 부부 사이에 다정한 말이 오간 적은 손에 꼽는다. "밥 먹었소?" 그것이 남편이 건넨 가장 긴 문장이었다. 그런 남편이 어느 여름 역병에 걸려 사흘 만에 죽었다. 아이도 없었다.

장례를 치르던 날, 시어머니 박 씨가 순이의 손목을 쥐었다. 뼈가 부러질 것처럼 세게. "며느리, 잘 들어라. 네 남편이 저승에서 지켜보고 있다. 수절이 이 집안의 도리이고 네 운명이야. 딴마음 먹으면 조상님들 앞에 네가 설 자리는 없다." 그 한마디가 순이의 남은 생을 결정지었다. 삼 년이 흘렀다. 천 일이 넘는 시간 동안 순이의 일과는 하루도 변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불을 피우고, 시아버지의 밥상을 차리고, 시어머니의 빨래를 하고, 마당을 쓸고, 저녁이면 제삿상 준비를 했다. 설거지까지 마치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우물에 물을 길을 때가 유일했다. 그마저도 시어머니가 반드시 동행했다. "젊은 과부가 혼자 돌아다니면 동네 입방아에 오른다. 이 집안 체면이 어찌 되겠느냐." 순이는 고개를 숙였다. 항상 숙였다. 고개를 드는 법을 잊은 지 오래였다.

봄이 왔다. 담장 너머로 살구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넘어온다. 우물가에서 마주친 이웃집 아낙 분이가 말했다. "순이야, 올해도 살구꽃이 참 곱게 폈더라. 담 밖에 한번 나와서 구경하렴." 순이는 웃었다. 입꼬리만 올렸다. 눈은 웃지 않았다. '살구꽃이 피든 지든, 저 담장이 내 세상의 끝인 것을. 꽃 향기가 무슨 소용이람.' 분이가 안쓰러운 눈으로 순이를 바라보다 돌아섰다. 순이는 물동이를 이고 부엌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분이의 한숨이 들렸다.

밤이면 얇은 이불 속에서 천장을 바라본다. 갈라진 천장 틈으로 바람이 새어든다. 어디선가 젊은 남녀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담장 하나 너머의 세상은 살아 있는데, 이쪽은 무덤 같다. 순이는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린다. '웃음소리가 왜 이렇게 서럽게 들릴까. 나도 저렇게 웃었던 적이 있었던가.' 눈을 감으면 죽은 남편의 얼굴이 떠올라야 정상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제는 그 얼굴도 흐릿하다. 코가 높았던가 낮았던가. 목소리가 굵었던가 가늘었던가. 두 해를 함께 살았을 뿐이다. 정이 깊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죽음이 자신의 삶 전체를 옥죄고 있다. '내가 지키는 것이 정절일까, 아니면 감옥일까. 이것이 도리인 것인가, 아니면 천벌인 것인가.' 대답은 오지 않는다. 순이는 물음을 안은 채 잠이 든다. 꿈속에서도 담장은 높다.

※ 2 – 보쌈꾼, 어둠 속의 거래

한양 성 밖, 왕십리 가는 길목의 허름한 주막. 기름때가 번들거리는 나무 탁자 위에 막걸리 사발이 두 개 놓여 있다. 주막 구석, 등잔불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사내 둘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있다. 하나는 떡 벌어진 어깨에 손마디가 굵은 장사꾼 칠복이다. 나이 마흔, 보쌈을 업으로 삼은 지 십 년이 넘었다. 한양 안팎의 과부 사정이라면 손바닥 보듯 훤한 사내. 누가 어디서 수절 중이고, 누구네 시어미가 독하고, 어느 집 담장이 낮은지 그의 머릿속에는 지도가 있다. 맞은편에 앉은 이는 서른을 갓 넘긴 총각 득수다. 남문 밖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며 혼자 먹고살 만큼은 번다. 솜씨도 좋아 칼을 만들면 장안에서 알아준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 출신에 얼굴마저 투박하여 혼처를 구하지 못한 채 세월만 흘러보내고 있다.

득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칠복이 형, 나 이대로는 못 살겠어. 서른이 넘도록 장가 한 번 못 가본 사내가 세상에 나 말고 또 있겠나. 장가 한번 가보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칠복이 막걸리를 한 모금 들이키고 소매로 입을 닦았다. 눈이 반쯤 감긴 채 득수를 바라보았다. "총각이 서른이 넘으면 중매로는 답이 없지. 얼굴이 반반하면 또 모를까, 자네 그 얼굴에 재산도 넉넉하지 않으니 어느 집에서 딸을 주겠나." 득수의 어깨가 축 처졌다. 사실이었다. 칠복이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추었다. 주막 안에 다른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보쌈이 답이야."

득수의 손이 멈추었다. 보쌈. 밤중에 과부를 포대기에 싸서 데려오는 것. 불법이다. 잡히면 곤장에 유배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한양의 어둠 속에서는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칠복이 말을 이었다. "마침 한 사람 알고 있어. 북촌 김 참봉 댁 며느리야. 이름은 순이. 스물넷, 삼 년째 수절 중이지. 아이도 없고. 시어미가 독한 분이라 밖으로는 우물 갈 때 빼고 코빼기도 못 내밀어." 득수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사람… 혹시 키가 작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올리는 사람이오?" 칠복의 눈썹이 올라갔다. "어, 자네 아는 사이인가?" 득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는 사이는 아니오. 석 달 전 북촌 우물가를 지나다 본 적이 있소. 물동이를 이고 가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득수가 말끝을 흐렸다. '눈이 슬퍼 보였소.'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칠복이 피식 웃었다. "허,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구만. 눈에 밟혔던 거지?"

거래 조건이 오갔다. 보쌈 비용은 쌀 다섯 가마에 은전 두 냥. 득수에게는 일 년 벌이의 절반에 가까운 거금이다. 칠복이 손가락을 꼽으며 설명했다. "내가 담을 넘어 아씨를 데려올 테니 자네는 방만 준비해 놓으면 돼. 이불 깨끗이 깔고, 떡이든 과일이든 상을 차려놓고.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거든. 보쌈당한 과부가 도망치지 않으려면 그 첫날 밤이 전부야." 득수의 손이 떨렸다.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자신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것이 맞는 일인가. 밤중에 남의 집 며느리를 강제로 데려오다니.' 양심이 찔렸다. 그러나 칠복의 다음 말이 그 양심을 흔들었다. "듣자하니 그 시어미가 순이를 종처럼 부려. 밥도 찬밥만 주고, 겨울에도 방에 불을 때주지 않는다더군. 과부가 평생 시댁에 갇혀 사는 게 과연 사람 사는 것인가? 죽은 사람 곁에 산 사람을 묶어두는 것보다 보쌈이 차라리 나은 거야." 득수는 긴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하겠소." 칠복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내의 손이 어둠 속에서 맞잡혔다. "사흘 뒤, 그믐밤. 달이 없는 날이야. 자정이 넘으면 움직인다."

※ 3 – 포대기 속의 봄밤

그믐밤이 왔다. 하늘에 달이 없다. 별빛마저 구름에 가려 한양의 골목은 먹물을 쏟아부은 듯 캄캄하다. 칠복이 앞장서고 득수가 뒤따른다. 두 사내의 발걸음에는 소리가 없다. 짚신 바닥에 헝겊을 여러 겹 감았다. 칠복은 이런 밤길을 수십 번 걸은 사내답게 숨소리조차 고르다. 반면 득수의 심장은 귀에서 들릴 만큼 뛰고 있다. 입안이 바짝 마른다. 손에 쥔 포대기가 축축하게 젖어간다.

북촌 김 참봉 댁 뒷담이 보인다. 칠복이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낸다. 두 사내가 담 밑에 몸을 붙인다. 칠복이 귀를 담에 대고 집 안의 소리를 살핀다. 고요하다. 개 짖는 소리도 없다. 칠복이 미리 사흘 전부터 이 집 개에게 고기를 던져주며 길을 들여놓았다. 보쌈꾼의 기본이다. 칠복이 고개를 돌려 속삭였다. "시어미 방에서 코 고는 소리 들리지? 곯아떨어졌어. 지금이야." 칠복이 담을 넘었다. 덩치가 크면서도 몸놀림이 고양이처럼 가볍다. 득수는 담 밖에서 기다렸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돌아갈까. 아직 늦지 않았다. 이건 범죄야.' 그러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석 달 전 우물가에서 본 그 여인의 눈이 자꾸 떠올랐다. 물동이를 이고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던 그 모습. 세상 모든 서러움을 삼킨 듯한 그 눈.

순이는 잠들어 있었다. 아니, 잠이 든 척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봄바람이 이상하게 잠을 쫓아냈다. 어디선가 살구꽃 향기가 유난히 짙게 번졌다. 문풍지 사이로 스며든 바람이 볼을 스쳤다. '왜 이리 잠이 안 올까.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그때였다. 방문이 스르르 열렸다. 순이의 눈이 번쩍 떠졌다. 시어머니인가. 아니다. 시어머니는 문을 열 때 기침을 먼저 한다. 이 발소리는 다르다. 크고, 무겁고, 그러면서도 조심스럽다. 순이가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커다란 손이 입을 막았다. 비명이 목구멍에서 막혔다. "소리 내면 안 됩니다, 아씨. 해치려는 것이 아니오." 낮고 굵은 목소리. 순이의 온몸이 돌처럼 굳었다. 공포가 머리끝에서 시작하여 손끝, 발끝까지 퍼져나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이미 두꺼운 포대기가 순이의 몸을 돌돌 감쌌다. 세상이 캄캄해졌다. 포대기 안은 어둡고 답답했다.

등에 업혀졌다. 넓은 등이었다. 칠복의 등이다. 담을 넘는 느낌이 전해졌다. 공중에 잠깐 뜨는 감각, 그리고 착지. 이어서 빠른 걸음. 골목을 달리는 흔들림이 온몸에 전해진다. 바람이 포대기 틈으로 스며들어 순이의 땀 젖은 이마를 식혔다. 순이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기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단번에 알아챈 것이다. '보쌈이다.' 이웃 마을에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밤중에 과부를 포대기에 싸서 총각에게 넘기는 그 보쌈. 끔찍하다 생각했다. 저런 일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막상 당하고 보니, 공포 한가운데에서 이상한 생각이 피어올랐다. '나를 데려가는 사람이 있구나. 삼 년 동안,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는데. 시어머니는 종으로, 시아버지는 밥짓는 기계로만 나를 보았는데. 누군가가 밤에 담을 넘어서까지 나를 데려가려 한 것이다.' 그 생각이 공포 속에 한 줄기 묘한 감정을 섞어놓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순이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체감으로는 반 시진쯤. 흔들림이 멈추었다. 내려놓아지는 느낌. 딱딱한 마루의 감촉이 등에 전해졌다. 포대기가 풀렸다. 빛이 들어왔다. 순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작은 방이 보였다. 깨끗이 닦은 마루, 새로 깐 이불, 상 위에 꿀 바른 송편과 배, 그리고 막걸리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그리고 방 한쪽 구석에 사내가 서 있었다. 투박한 얼굴, 그을린 피부, 넓은 어깨. 그러나 눈빛이 순이를 놀라게 했다. 그 큰 체구의 사내가, 순이보다 더 불안한 눈을 하고 있었다. 두 주먹을 꽉 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표정. 득수였다. 그는 순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지 못했다. 순이도 말이 없었다. 촛불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엇갈리고 있었다.

※ 4 – 낯선 방, 낯선 사내

침묵이 숨을 틔울 틈 없이 방 안을 눌렀다. 순이는 방 구석으로 몸을 바짝 밀어붙이고 앉았다. 등이 벽에 닿아야 안심이 되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았다.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이불의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새 이불이다. 빨래 냄새가 난다. 누군가 이 방을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그 사실이 순이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맞은편에서 득수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지금 이 여자에게 자신은 납치범이다.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면 이 여자는 무너질 것이다. 득수는 서 있는 채로 땀을 닦았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한참 만에 득수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무섭겠지요." 순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득수가 침을 삼키고 다시 말했다. "내 이름은 득수라 하오. 남문 밖에서 대장간을 하는 사람이오. 칼이며 호미며 만드는 것이 생업이오. 해치려는 것이 아니오." 그제야 순이의 눈이 올라왔다. 느리게, 그러나 또렷하게 득수의 얼굴을 향했다. 그 눈이 차가웠다. 서리가 내린 것 같은 눈이었다. 순이가 말했다.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밤중에 남의 집 여자를 포대기에 싸서 가져왔소?" 목소리는 떨렸지만 말은 칼날 같았다. 득수는 할 말을 잃었다.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변명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변명할 자격이 없었다.

침묵이 다시 내려앉았다. 순이의 눈이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 깨끗한 이불, 상 위의 송편과 과일, 그리고 한 병의 막걸리. 벽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마루는 반들반들 닦여 있었다. '이 사내가 이걸 직접 준비한 것인가.' 눈이 다시 득수에게 돌아갔다. 자세히 보니 이 사내의 손톱 밑에 검댕이 끼어 있었다. 대장간을 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투박한 손이다. 사람을 때리는 손이라기보다 쇠를 두드리는 손에 가까웠다. 순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어찌하려는 것이오. 똑바로 말하시오." 득수가 고개를 숙였다. "혼처를 구하지 못하여… 보쌈을 한 것이오." 순이의 입술 끝이 떨렸다. "그래서? 나더러 당신 아내가 되라는 것이오?" 득수가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싫으면… 보내드리겠소."

순이의 눈이 흔들렸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보쌈당한 과부를 돌려보낸다?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보쌈은 일방적인 것이다. 데려오면 끝이다. 그런데 이 사내가 보내주겠다고 한다. '거짓이겠지. 뻔한 수작이겠지. 동정을 사려는 것이겠지.' 그러나 득수의 눈에서 거짓은 보이지 않았다. 그 큰 체구가 오히려 쪼그라들어 보였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사내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득수가 상 위의 송편 접시를 순이 쪽으로 밀었다. "배가 고프실 테니 먼저 드시오. 나는 밖에 나가 있겠소. 문은 안에서 잠글 수 있소." 득수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발소리가 마루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순이는 홀로 남았다. 송편을 바라보았다. 꿀이 발라져 촛불 아래 윤기가 흘렀다. 크기가 고르지 않았다. 빚는 솜씨가 서툴렀다. '이것을 이 사내가 직접 빚은 것인가. 대장간 하는 거친 손으로, 이 조그만 송편을.' 순이의 손이 저절로 송편에 닿았다.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았다. 달고, 따뜻했다. 그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삼 년 동안 시댁에서 먹은 밥은 언제나 찬밥이었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먼저 수저를 들고, 그들이 밥상을 물린 뒤에야 순이는 남은 것을 먹었다. 반찬이라야 김치 한 가지. 생일에도 미역국 한 그릇 없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 것이 대체 언제였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친정어머니가 시집보내기 전날 해준 잔치국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칠 년 전이다. 순이는 송편을 먹으며 소리 없이 울었다. 어깨가 들먹이지 않도록,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면서. 방문 밖, 마루에 앉은 득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없는 하늘이 까맣다. '보내드리겠다고 말은 했지만… 제발, 가지 않았으면.' 득수의 심장이 촛불보다 더 빠르게, 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루 위 봄바람이 두 사람의 사이를 오가며 불었다. 방 안의 울음소리와 방 밖의 한숨이 그 바람 속에 뒤섞였다.

※ 5 – 촛불 아래, 거부할 수 없는 끌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촛불이 반쯤 녹아내렸다. 순이는 울음을 그쳤다. 송편을 다 먹고 나니 배가 따뜻해졌다. 배가 따뜻해지니 생각이 달라졌다. 삼 년 동안 찬밥만 먹던 몸이 따뜻한 음식 하나에 이렇게 무장해제가 되는 것인가. 순이는 방 안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둘러보았다. 새로 바른 벽지, 대패질한 문틀, 반들반들 닦인 마루. 이 방 전체가 누군가의 정성으로 채워져 있었다. 거친 손으로 하나하나 다듬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 사내가 이걸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쌀 다섯 가마에 은전 두 냥을 들이고, 이 방까지 꾸미고. 얼굴 한 번 스쳐 본 여자를 위해 이 모든 것을 건 것이다.' 그 사실이 순이의 가슴을 묘하게 흔들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는 이미 송편 한 입에 녹아버렸다. 지금 남은 것은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떨림이었다.

방문을 열었다. 마루 끝에 득수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넓은 등이 달빛 아래 웅크려 있었다. 포대기에 싸여 업혔던 그 등이다. 그때는 공포만 느꼈는데, 지금 보니 그 등이 넓고 단단했다는 것을 새삼 알겠다. 순이가 말했다. "들어오시오." 득수가 돌아보았다. 놀란 눈이었다. 순이가 다시 말했다. "들어와서 앉으시오." 득수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턱을 넘을 때 고개를 숙였다. 키가 커서 문틀에 이마를 부딪힐 뻔했다. 그 모습에 순이의 입가가 움찔했다. 이 큰 사내가 이렇게 서투르다니.

두 사람이 촛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순이의 눈이 득수의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촛불에 일렁이는 사내의 얼굴. 잘생기지 않았다. 코가 넓고 턱이 각지고 이마에 화상 흉터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투박한 얼굴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번지르르한 얼굴이었다면 경계했을 것이다. 시댁에서 본 양반들의 매끈한 얼굴 뒤에는 늘 잔인함이 숨어 있었으니까. 이 사내의 얼굴은 거짓이 붙을 자리가 없었다. 순이가 물었다. "왜 나를 데려온 것이오? 한양에 과부가 나 하나뿐도 아닐 텐데." 득수의 목이 붉어졌다. "석 달 전… 우물가에서 아씨를 보았소. 물동이를 이고 가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눈이… 눈이 자꾸 생각이 났소.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리다가도, 밤에 잠이 들기 전에도." 순이의 심장이 뛰었다. '이 사내가 석 달 동안 나를 생각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삼 년 동안 투명인간처럼 살았다. 시어머니에게는 종이었고, 세상에게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내는 스쳐 지나가며 본 눈 하나를 석 달 동안 잊지 못했다.

순이의 입이 마르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삼 년 동안 얼어붙은 줄 알았던 몸 안에 아직 뜨거운 것이 남아 있었다. 스물넷이다. 아직 젊다. 몸도 마음도 아직 살아 있다. 시댁에서는 그것을 죄라 했다. 젊은 과부가 마음이 흔들리면 음란한 것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 이 방 안에서, 촛불 너머로 이 사내를 바라보며 순이는 생각했다. '이것이 죄라면 삼 년 동안 숨만 쉬며 산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야말로 자신에 대한 죄가 아닌가.' 순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달라져 있었다. 두려움이 걷히고 그 자리에 다른 빛이 차올라 있었다. 득수의 숨이 가빠졌다.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사내의 본능이 알아챘다. 촛불이 흔들렸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달라졌다. 봄밤의 열기가 방 안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 6 – 그 밤, 녹아내리다

순이가 먼저 움직였다. 촛불 너머로 손을 뻗었다. 득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거칠고 굳은살 박인 손 위에 가늘고 차가운 손이 내려앉았다. 득수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순이의 손끝이 차가웠다. 삼 년 동안 찬바람과 찬물에 시린 손이었다. 득수가 본능적으로 그 손을 감쌌다.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입김을 불었다. 따뜻한 숨결이 순이의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순이의 눈이 젖었다. 삼 년 동안 아무도 자신의 손을 잡아준 적이 없었다. 차가운 것을 따뜻하게 해준 사람이 없었다. 이 사내의 거친 손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되어 자신을 감싸고 있었다.

"떨고 있소." 득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순이가 고개를 저었다. "추워서가 아니오." 그 한마디에 득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릴 때보다 더 빠르게, 더 거세게. 순이가 고개를 들어 득수를 바라보았다. 촛불이 순이의 얼굴 반쪽을 비추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그 얼굴이 아름다웠다. 우물가에서 슬픈 눈을 하고 있던 그 여자가, 지금 전혀 다른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갈망이었다. 삼 년 동안 억눌러온 삶에 대한, 온기에 대한, 사람에 대한 갈망이 그 눈 속에 고여 있었다.

득수가 천천히 손을 들어 순이의 볼을 감쌌다. 거친 손바닥이 부드러운 볼에 닿았다. 순이가 눈을 감았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 손바닥에 볼을 맡겼다. 삼 년 만의 사람 체온이었다. 뜨거웠다. 몸 전체로 온기가 퍼져나갔다. 발끝부터, 손끝부터 얼어 있던 것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득수의 이마가 순이의 이마에 닿았다. 두 사람의 숨결이 섞였다. 가까웠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 순이가 속삭였다. "삼 년 동안 얼어붙은 사람이오." 득수가 대답했다. "녹여드리겠소." 순이의 손이 올라가 득수의 옷깃을 잡았다. 잡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망설임이 없었다. 삼 년의 외로움이 그 손에 실려 있었다. 득수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순이를 안았다. 품 안에 안겼을 때 순이의 몸이 떨렸다. 잠시, 그리고 그 떨림이 멎었다. 넓은 가슴에 귀를 대니 심장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살아 있는 사람의 심장 소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소리였다.

순이가 득수의 귀에 속삭였다. "순이라 불러주시오. 아씨가 아니라." 득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순이." 그 한마디에 순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이 눈물은 달랐다. 서러움이 아니라 해방이었다. 수절이라는 이름의 사슬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순이가 득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투박한 얼굴이었다. 흉터가 있고, 거칠고, 매끈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얼굴이 좋았다. 이 얼굴이 진짜였으니까. 순이가 제 입술을 득수의 입술에 가져갔다. 득수의 숨이 멎었다.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세상이 멈추었다. 촛불이 한 번 크게 흔들리더니 꺼졌다. 어둠이 내렸다. 그러나 그 어둠은 두렵지 않았다. 보쌈당한 그믐밤의 어둠과는 전혀 다른 어둠이었다. 이 어둠 속에서는 서로의 체온만으로 충분했다. 봄밤의 바람이 문풍지 사이로 스며들어왔다. 살구꽃 향기가 짙었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얽히고 설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삼 년의 겨울이 그 밤, 마침내 끝났다.

※ 7 – 굴레를 벗은 여자, 새 삶의 첫걸음

아침이 왔다. 창호지 너머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순이는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보였다. 시댁의 갈라진 천장이 아니었다. 새로 바른 벽지, 나무 냄새, 그리고 옆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체온. 순이는 고개를 돌렸다. 득수가 옆에 누워 있었다. 잠든 얼굴이 낮과 달랐다. 투박한 얼굴이 한결 순해져 있었다. 입이 살짝 벌어져 있고 코에서 가는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순이는 한참을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의 아내가 된 것인가. 아니, 이 사람을 내가 선택한 것이다.' 가슴이 벅찼다.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간밤의 기억이 몸 위에 아직 남아 있었다. 거칠면서도 조심스러웠던 손길, 서툴면서도 다정했던 온기. 시댁에서 죽은 남편과 보냈던 이 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밤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삼 년 만에 처음으로.

순이가 조용히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이번에는 차갑지 않았다. 맨발이 부엌 바닥에 닿아도 한기가 오지 않았다. 몸 안에 온기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쌀을 씻고 솥에 올렸다. 된장을 풀고 파를 썰었다. 콧노래가 나왔다. 삼 년 동안 잊고 있었던 노래였다. 친정에서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득수가 부엌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순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시오?" 순이가 돌아보았다. 부끄러웠지만 웃음이 나왔다. "왜, 못 부르겠소?" 득수가 웃었다. "아니, 좋아서. 이 집에서 노랫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오." 그 말에 순이는 알았다. 이 사내도 자신만큼 외로웠다는 것을. 서른 해를 혼자 살며 이 부엌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들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본 것이다. 그것이 보쌈이라는 거친 방식으로 시작되었을 뿐.

밥상을 차려 마주 앉았다. 어젯밤과는 다른 아침이었다. 어젯밤의 촛불 대신 아침 햇살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순이가 된장찌개를 떠서 득수 앞에 놓았다. 득수가 밥 한 숟갈을 떠서 순이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말없이 오가는 숟가락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대화였다. 밥을 먹다가 순이가 말했다. "시어머니가 알면 관가에 고할 것이오." 득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단단해졌다. "알고 있소. 각오하고 한 일이오." 순이가 득수를 바라보았다. "두렵지 않소?" 득수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순이의 눈을 마주 보았다. "어젯밤, 순이가 내 품에 안겼을 때 알았소.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곤장이든 유배든 감당할 수 있다고. 두렵지 않소." 순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사내가 진심이라는 것을 몸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간밤에 확인한 것이었다.

밥을 먹고 마루에 나란히 앉았다. 어깨가 맞닿아 있었다. 사이에 거리가 없었다. 하늘이 맑았다. 살구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잎이 바람에 날려 마루 위로 떨어졌다. 순이가 무릎 위에 내려앉은 꽃잎을 집어 들었다. 삼 년 전 담장 안에서 향기만 맡았던 그 살구꽃이었다. 이제는 손 안에 있었다. 순이가 말했다. "장에 다녀오겠소. 두부와 콩나물을 사와야지. 저녁에 찌개를 끓여주겠소." 득수가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순이가 받아들고 대문을 향해 걸었다. 대문을 열었다. 바깥 골목에 햇살이 쏟아져 있었다. 뒤돌아보았다. 득수가 마루에 앉아 순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안한 눈이 아니었다. 기다리는 눈이었다. 돌아올 사람을 믿고 기다리는 눈. 순이가 웃었다. 환하게 웃었다. 볼에 보조개가 패였다. "금방 다녀오겠소." 대문을 나서며 순이는 알았다. 자신이 선택한 것은 이 사내가 아니라 삶이라는 것을. 죽은 사람 곁에서 죽어가는 대신, 살아 있는 사람 곁에서 살기로 한 것이라는 것을. 수절이라는 감옥에서 스스로 문을 열고 걸어 나온 것이라는 것을. 간밤의 온기가 아직 몸 안에 남아 있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봄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렸다. 살구꽃 향기가 온 거리에 가득했다. 순이의 봄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 (약 290자)

조선시대 과부의 삶은 산 채로 묻히는 것과 같았습니다. 보쌈은 분명 범죄였지만, 어쩌면 그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내밀어진 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마음에 드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다음 이야기는 더 뜨겁고 더 은밀한 조선의 밤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진솔한 대화, 다음 편에서 만나요.